사랑
생의 빛깔은 / 얼마나 푸르던지요 / 얼마나 무섭던지요
포구는 잠시 길을 잃고 / 갈매기는 다투어 물 깊이를 잽니다
아직 돌아오지 않는 당신 / 우리는 모두 망망대해 앞에 선 / 어부의 아내입니다
박철 시인의 시집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의 첫장에 실린 시이다. 나, 역시 예나 지금이나 망망대해 앞에 선 어부의 아내로 돌아오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의 대상은 때로 사람이기도 하고 때로 꿈이기도 하다.
한때 한 사람을 몸서리치며 기다렸었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그 당시 나의 심정을 한치 어긋남없이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 너였다가 /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그 기다림이 너무나 버거운 것이어서 나는 그에게 가다가 돌아서고 말았다. 모든 기다림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부질없이 느껴져서 나는 그 누구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기다림이 없는 생은 있을 수 없는 것일까.
퇴근하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기다리고 아이의 하교를 기다린다. 그러나 가슴 에리는 기다림은 아니다. 어디 가서 또 술을 마시고 있나, 사고가 났나 하는 걱정과 근심 섞인 기다림일뿐이다.
어쩌면 생은 갖가지 기다림을 이어붙인 조각보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나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설레이며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다가 여기까지 왔다.
부질없음을 알아도 부질없이 기다려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망망대해 앞에 선 어부의 아내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복효근 시인은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이 부질없음을 알고부터 세상에 부질없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