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푹 꺼진 눈자위.
촛점없이 흐릿한 눈동자.
뒤로 묶어올렸지만 연신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을 무신경하게 쓸어올리는 여윈 하얀 손가락.
웃고는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그렁 그렁 고여있었다.
아무것도 묻질 못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아픔에 더한 생채기를 낼것만 같았다.
너무나 조심스러워 눈을 맞추고 앉아있기도 버거웠다.
나를 쳐다보고는 있지만 흔들리는 시선에서 그녀의 속내를 읽어내긴 더 없이 힘들었다.
찻잔을 잡는 손가락 끝이 가늘게 떨리는가 싶더니,
끝내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슬픔에 내 가슴까지 먹먹해지더니...
그렇게 우리는 한참이나 울었다.
울지못해서 병이 난 사람들처럼..
지금 울지 않으면 앞으로 울일이 전혀 없을 사람들처럼...
울음이 잦아들고,
고개를 든 그녀의 두 눈은 피빛이었다.
그 고통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전해오는것 같아 숨을 쉴수가 없었다.
여전히 아무말도 없었다.
이미 식어버린 차를 조용히 마시는 소리와
그녀가 간간히 옅은 한숨을 내뱉는 소리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난, 왜 이렇게 살아야되는지..."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그녀의 유일한 중얼거림이었다.
그녀와 헤어져 집으로 향한다.
비록 말은 없었지만,참으로 많은 대화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누구에겐 너무나 반복적이고 습관적이어서 지겹기까지 한 일들이
왜 그녀에겐 허락되지 않는 사치인걸까...
나에게 주어진 삶..그리고 일상적인 내 생활..
모든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향하는 내 발길은
마음만큼 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