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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릃 행복하게 하는 시간( 미장원 가는길 )


BY 외로운 별빛 2002-11-21

거울앞에서 이리저리 어설픈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해본다.
파마한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서 감지도 못하고 대충 손으로
만져서 출근을 했다.
아무도 내 머리에 대해서 관심이 없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사람들이 물을 것이다.

"머리하러 갔다왔구먼..."

이제껏 살면서 많은 것을 양보하고 포기하고 살았지만 난
미장원은 꼭 도시에 있는 단골집으로 간다.
처음에 남편조차도 이런 나의 모습에 이해를 못했으니 주위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섬에서 머리를 자른 남편의 머리가 맹구 머리된 날
남편의 처지에서 날 완전히 이해했노라고 했다.

도시에 있는 미장원을 가게 된 계기는 큰 수술후 매달 한차례식
병원으로 주사와 약을 타러가게 되면서부터이다.
오전 진료를 끝낸후 기차시간을 맞추려면 두어시간 기다려야했는데
평소 머리할 시간이 없던터라 우리집 식구들이 자주가는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일년을 꼬박 병원을 다녀서 나의 머리는 매달 퍼머하고
컷트하고 매만졌으니 산골 여자들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내 멋에
취해서 머리만 보면 하루가 즐거웠다.

보통 아줌마들이 곱슬곱슬한 퍼머를 하는데 비해 내 머리는 약간
헝클어진듯한 삐침머리 비슷하기도 하는 남들이 개성이
뚝뚝흐른다고 말하곤 했었다.

병원치료가 끝난후 딱 한번 산골 미장원에서 퍼머를 했는데
그 날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이유를 몰라도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어져 있었다.
촌에 살아서 촌 아줌마이지만 차원이 다른 촌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달라진 나의 머리를 보고 사람마다 한 마디씩 내뱉는데 그 소릴
듣고 거울을 보니 짜증이 나서 머리를 자르고 싶은 충동이
몇일동안 날 괴롭혔었다.

이후론 도시행이 시작된것이다.
그 즈음에 시댁에 어려운 일이 많아서 마음 붙일곳도 필요했고
작은 탈출구를 미장원가는것으로 마음을 달랬다.

남들처럼 명품걸치고 사치하는 것도 아니요 미장원가는길을
나의 행복하게 하는일로 삼으니 누가 뭐래도 결코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는 행복한 시간으로 정하고 내가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어갔다.

미장원 가는길은 먼길이기에 두어달에 한번씩 간다.
오가는 시간 6시간과 머리하는 시간 두시간 남짓을 합하면 열시간도
걸리는데 장거리 운전이지만 내려오는길은 언제나 흥얼거리면서 온다.
행복한 시간이기에 먼길도 장거리운전도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렇게 오가며 즐거움을 누린지 이제 3년이 되어간다.

처음 출발이 치료로 인한 것이었고 한번의 머리에 대한 실망감도
크게 좌우했지만 굳이 도시에 있는 미장원을 고집하는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미장원이 주는 분위기다.
세련되고 깔끔한 도회적인 내부시설도 분위기를 크게 만든다고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장원의 분위기는 운영자와 드나드는
손님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볼 수 있을것이다.

이 곳 원장님은 나의 성형수술 1번째 목록인 피부미인이다.
백옥같은 매끄러운 피부는 많은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늘씬한 몸매 또한 그러하지만 외모를 보고 그 미장원을 찾지는
않는다.
원장님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병행하고 있는데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위해서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배우는 그
열정이 멋있고 배우는 사람들에 대한 가르침이 매서운 시어머니
같은데 그 점에서 프로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높은 건물이 올라가고 손님이 많아질수록 물질적인 풍요도
누릴 수 있지만 부를 위한 추구보다는 후진양성에 온 힘을 기울이는
그 모습이 매번 이야기를 나눌때마다 감동케하고 이곳까지
오게 하는 매력인것이다.

산골에 살기에 촌사람임에 틀림없지만 산골사람 취급안하고
겉사람에 상관없이 누구나 귀한 손님대하듯 하는 모습에서
겸손함에 또 고개가 절로 숙여질 때가 많다.
이런 저런 인간적인 매력에 의해서 난 여지껏 그 미장원을 찾는다.

여기 산골에서는 미장원이 동네 소식의 정보지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미장원에 있는 두어시간동안 알 지 못했던
산골동네의 온갖 소식들을 듣지 않으려해도 듣게 되고
때론 기분좋은 소식도 있지만 대부분 소문이라는 꼬리표를
단 유쾌하지 못한 소리를 들을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대부분 낯익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르내리는데 직업상 나자신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종종했었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가 점점 적응하기가 힘들어져갔고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곳에서 장시간 앉아서 머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찾아와서 도시에 있는 미장원을 가게 한 이유도
된다.

두번째는 나이탓이다.
젊었을때는 어디서 머리를 하던 젊음자체로 만족해했다.
그러나 세월속에 드러난 얼굴은 머리모양에 따라 크게 좌우를
하는 것을 느끼곤 했는데 나이보다 조금 어리게 머리로써
나를 만들어주니 그 맛 또한 놓치지 싶지 않아서이다.


세번째는 재회다.
먼곳에서 사는 처지라 명절을 제외하곤 가족을 만날 기회가 적다.
미장원이 있는 도시에 가까이 사는 여동생과 올케언니는 이 곳을
단골로 다닌다.
사랑하는 여동생과 맘좋은 올케언니를 만나서 머리하는 긴시간동안
하고픈 말로 서로 정을 나눈다.
비록 저녁 식사후 다시 먼곳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어 서로의
눈가에 맺힌 이슬로써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고 흘러내리는 눈물
주체도 못하고 운전대를 잡을지언정 매번 그렇게 이곳을 다닌다.
어쩌면 이것이 끊임없이 이 곳 미장원을 드나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사람에게 누구나 행복한 시간이 있을것이다.
그러한 시간을 갖게까지는 자기만의 고집이 있어야하고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비용은 다소 들더라도 자주
하지 않는 머리이기에 난 먼 도시로 미장원가는길을 이 곳
산골에 사는 한 결코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