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저녁 9시에 치루는 딸과의 경건한 의식의 마지막차례는 애국가를 부르는 것이다. 이 경건한 의식이란 다름아닌 딸아이 잠재우는 시간이다.
딸아이가 잠들기전 우리는 침대에서 같이 책을 읽는다. 내가 주로 많이 읽어 주는 편이고, 어떨때는 딸아이가, 어느날에는 한 페이지씩 나눠 읽는다.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노래를 10곡을 불러준다. 이 10곡중의 마지막 노래가 애국가 인 것이다. 딸아이는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잠자리로 빠져들어가는 것이다.
5개월 전까지만 해도 딸아이는 애국가를 알지 못했다. 5개월전 우리는 초등2학년인 딸아이를 데리고 한국을 방문했다.(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미국입니다.) 만 5년 만의 방문이었기에 딸아이에게는 모든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딸아이의 대부분의 시간을 빼앗아 가기에 충분했다. 딸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음악만 흘러나오는 TV를 틀어놓고, 시작할때 까지 기다렸다. 7시가 되면 애국가가 흘러 나오면서 어린이 방송이 시작되었다. 그러기를 한 3 주 하고 돌아왔으니 애국가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두뇌에 입력이 된 것이었다.
미국의 집으로 돌아온후에도 나는 역시 매일밤 10곡의 노래를 딸아이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약 한달 전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 10곡의 노래중에 애국가를 끼워 넣었다. 우리딸의 반응은? 너무 좋아하는 거였다. 자기 그노래 안다면서... 한국에 갔을때 매일 들었다면서...
그 이후로 매일 애국가를 불러주고, 애국가의 가사를 풀이해 주고, 작곡가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점점 더 많은 것을 물어보는 딸아이에게 아는대로 한국의 역사공부를 시켜주기도 한다.
이제는 애국가의 1절 가사를 거의 외우고 있다. 며칠후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해줄 거라며 아빠한테 비밀로 하란다. 나는 우리딸이 자랑스럽다.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모국어로 알고 살면서도,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대해 계속알고 싶어하는 우리딸이 너무 이쁘다. 우리 딸한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는 나부터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가르치려 하면 모르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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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글을 읽으며 울고, 웃기를 수시로 하다가, 저도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네요. 글쓰는 재주는 없지만 마음을 나누고 싶어 들어왔답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