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스타킹을 사러 속옷 가게에 들렀읍니다.
겨울 스타킹과 검정색 양말을 사고
뒤돌아 나오려는데 남자들의 속옷이 눈에 띄입니다.
멈칫멈칫 그 앞으로 닥아간 나는
그이의 런닝과 내의를 한벌 고릅니다.
미처 갖고 나가지 못한 팬티는 몇장 집에있기에
손에 들었던 팬티는 내려놓고 런닝과 내의만을 값을 치루고 나옵니다.
이걸 입을날이 있을까?
그이는 언제쯤 이 속옷들을 입을수 있을까?
하지만 문제될것은 없읍니다.
그이를 위해 속옷을 살수있고 기다릴수 있는 시간이 내겐 있으니까요.
며칠후면 우리의 결혼기념일 입니다.
만으로 십구년이되니 아마도 그이는 기억을 할것입니다.
그 기억으로...
어쩌면 그이는 잠시라도 집에 들릴지 모르겠읍니다.
한끼정도의 식사를 나눌수 있겠고
하룻밤쯤은 자고 갈수 있을지도 모르겠읍니다.
비록 한이불은 덮지 않을지 몰라도
한 지붕아래서 하룻밤정도는 함께 보낼수 있을지 모르겠읍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한다면
갈아입을 속옷이 그이에겐 필요합니다.
집을 나갈때 옷가지들은 모두다 싸 갖고 나갔으니
남아있는것은 겨우 팬티몇장과 양말 두켤래 뿐입니다.
미처 세탁하지 못한 그리고 채 마르지 못한 옷 가지들이지요.
팬티는 욕실장 맨 윗칸. 항상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고
양말은 화장대 맨 위 서랍에 놓여있읍니다.
무슨 물건이던 맨위의 자리는 그이의 몫이었고 다음 두번째는 아내인 제 자리
그리고 맨 마지막이 딸아이의 자리였읍니다.
포장지와 박스들을 뜯어내고
그이의 자리에 곱게 넣어두었읍니다.
새벽 한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잠자리 한켠에는 빈 소주병이 뒹굽니다.
봉지째 담겨있는 마른멸치들과 함께 말입니다.
부시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낮에 사 두었던 그이의 속옷들을 꺼내옵니다.
가만...가슴에 보듬어 봅니다.
마치 그이의 체온인양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옷가지들을 펼쳐놓고... 그위에 큰 대자로 누워 봅니다.
그이의 품에 안기듯 그렇게 말이지요.
내가 점점 미쳐가나 봅니다.
그이의 옷가지에서 그이를 느끼려 하니 말입니다.
푸쉿~ 헛바람새는 웃음이 나옵니다.
귀밑은 젖어가는대도 말이죠.
일어나 그이의 내의를 원상태로 개켜 놓습니다.
한 옆에 놓아두고 잠을 청해봅니다.
여보!
불러보는데...자꾸만 목소리가 잠겨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