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96

나는 얼마를 더 살아야 너에게서 자유로워질까?


BY 융화 2003-09-05

" 엄마 저 지금 갈게요 "

딸한테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붕~ 뜬것이 기분이 좋아 보여 마음이 놓인다.

 

" 엄마 " 하는 목소리만 들어도 딸의 근황이 훤히 보이는 것은

어쩌면 병인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 이튿날로 타지에 직장을 얻어

육년여를 떨어져 살면서 거의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루의 일과를

소상히 보고하다시피 살아온 흔적이리라.

 

할아버지 할머니 수발에 장애를 갖고 있는 동생때문에

집안에서만 뱅뱅 돌아야 하는

엄마가 마음에 걸려 그리 하는갸륵한 마음과

저 한테 마음 편히 가보지도 못하는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마음 쓰는 효심이였겠지만

그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려 모든것을 알아야 하는 엄마와

모든걸 엄마에게 알려야 하는 모녀간이 되었느니

어찌 좋은 일이라고 할 수만 있겠는가.

 

어느 젊은 주부는 마마보이 남편때문에 못살겠다고 하듯이

내가 너무 딸을 마마걸로 만들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신새벽에 눈이 떠지면 예전에는 나의 신을 향한 기도가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눈앞에 없는 딸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순전히 생각으로만 하는 것이다

혹시 싸우지는 않았는지, 지남편 밥은 해 주는지, 직장다니랴 살림하랴

병이 나지는 않았는지 매사가 불안하기만 하다

멀리 사는것도 아니다

차로 이삼십분거리밖에 안되는 곳에 산다.

 

가정형편상 가 볼 수도 없을 뿐더러 간섭하지 말라는

남편의 명령이 있어 멀리 하고 산다

다행히 시어른들께서 이모저모 살펴주시어 고마운마음이다

그런대도 목이 늘 그쪽을 향하여 돌아가 있고

마음에서 떠날날이 없으니 무슨까닭인지 모르겠다.

 

나이 거의 삼십에  보낸 어미 마음도 이런데

그 옛날 스물세살밖에 안된 딸을 멀리 보낸

우리 어머니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제사 헤아려진다.

 

마음에서 먼저 보내야겠다

내가 먼저 독립을 해야 저도 독립을 할것같다

이리 조바심이 나는것은 믿지 못하는 마음때문이리라

자식은 부모의 믿음을 먹고 커간다고 하지 않던가

 

정말 이제는 벗어나서 자유롭고 싶다

그래야 사위도 이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