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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운전


BY mangajii 2000-11-23

오랜만이네요.
컴퓨터가 또 말썽을 피워서 잠시 인터넷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인터넷과 운전.
생각해 보면 서로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두 가지가 다 우리 생활에 주는 편리함이 그렇고, 그 중독성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그럼 두 가지를 한번 비교해 볼까요?

둘 다 우리에게 편리함을 줍니다.
인터넷은 집에 앉아서도 세상과 접할 수 있게 해 주고, 세상의 온갖 정보를 다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운전은 우리에게 어디든지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에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기동성을 줍니다.

둘 다 중독성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었던 며칠동안 우리 식구 모두 퍽 답답해 했습니다.
남편이야 직장에서 할 수 있으니 좀 나았을 거구 아이들은 급기야 피시방에 가더군요.
저 역시 이틀 정도는 아주 여유로운 생활을 했지만...
만약 저도 외출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피시방이라도 찾았을 것입니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이더군요.
운전도 그렇습니다.
짧은 거리도 차를 두고 그냥 걷는 법이 없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슈퍼에 갈 때조차 차를 갖고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를 운전할 수 없는 상황이면 아예 외출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둘 다 스피드를 좋아합니다.
모뎀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할 때도 우린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고속통신망을 이용하면서도 그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들을 합니다.
우리 모두 더 빠른 속도를 원합니다.
운전도 그렇습니다.
하면 할수록 속도를 높입니다. 조금이라도 정체되면 짜증부터 내지요.
그래서 아우토반 같은 속도 무제한 도로도 있겠지요.
빨리 달릴수록 더 빨리 달리고 싶어하는 것이 운전하는 사람입니다.

둘 다 새 모델을 좋아합니다.
몇 달 간격으로 컴퓨터의 새 기종이 나옵니다.
벌써 펜티엄4가 나왔다지요.
차도 그렇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새 차를 좋아합니다.
거의 3년마다 새차로 교환 한다지요?

둘 다 끊임없는 관심과 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을 잘 하기 위해선 늘 새로운 프로그램도 깔아주어야 하고, 업데이트도 해야 하고 최적화도 해야 하니 얼마나 많은 관심과 정성이 필요합니까.
쾌적한 운전을 하려면 늘 차를 점검하고 돌보아야 합니다. 적절한 시기에 엔진 오일도 갈아주어야 하고, 타이어 공기압도 적절히 유지해야 하고 요즘 같으면 부동액도 점검해야 하지요.

둘 다 우리의 성격을 조급하게 하고 거칠게 합니다.
인터넷을 하면서 저는 자주 짜증을 냅니다.
속도가 조금만 느리면 짜증부터 나고 거친 말이 서슴없이 나옵니다.
운전도 그렇습니다.
조금만 정체가 된다거나, 혹시 누가 얌체같이 끼어들기를 하면 짜증을 내며 입에서 상소리가 거리낌없이 나옵니다.
평소에는 그런 거친 상소리를 한 적이 없는 사람들도 운전대만 잡으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잘 합니다.
조금도 참을 줄을 모릅니다.

인터넷과 운전, 두 가지가 비슷한 점이 참 많죠?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잘 이용하면 우리에게 득이 되지만, 잘못하면 우리에게 해가 된다는 사실.
그것도 같네요.

우리 모두 문명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라 문명을 창조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