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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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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업 일지3


BY 짱아찌 2003-09-04

난 그날이후 장장8개월여를 학원과 도서관 의자에  내 커다란 엉덩이자국을 새겨 놓아야했다.하지만 마음의 여유랄까 뭐 그런 것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내 마음 속에서는 극도의 혼란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교과 내용은 멀고 먼 세상의 일로 여겨졌으며 앞에서 강의하고 있는 강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책 안의 내용이 아닌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비수의 칼날로 번역되어 내 귀에 꽂히는 것이었다.

"이 아줌마야, 지금이 몇신데 여기 앉아 있는거야?  당신 능력에 안 될게 뻔하니까 당장 포기하시지~~, 에그 남편이 능력이 없으니까 아줌마가 고생하시네?"

영영 헤어나지 못하는 소용돌이에 빠진 것 같았다. 무너진 자존심과 능력없는 남자의 여자로 비추어 지는 것이 마음아팠다.

남들처럼 부자집에서 태어났다면,  붙들고 늘어질수 있는 튼튼한 뒷줄이라도 있었으면, 아니면 잘난 남들처럼 법대 의대 나와 평생 먹고 살 일 걱정안할수 있는 단단한 철밥통하나 있었으면.... 이럴줄 알았으면 언제든 써먹을수 있는 기술하나 익혀두는 건데...

나의 무능력과 남편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머리는 아파오고 엉덩이는 굳은 살이 박힌 것 같고 4시간의 수업이 4년의 무게로 느껴지고 당장 가방싸들고 안락한 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밖에는 없었다.

 

결혼 10년동안을 아무 기복없이 남편이 가져다주는 월급봉투에 의지하며 살아온 나에게 오늘의 현실은 너무 버거웠다. 지난 생활에 너무나도 안주하고 살았기 때문일까....

 

결혼전 사회 생활도 경험했고 또 우리가 크게 잘사는 집도 아니였기에 항상 마음속으로는 "나도 때가 되면 뭔가 시작해야지" 라는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생각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래서 냉철(?)한 나의 이성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엉뚱한 감정들이 나를 당혹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더니, 내가 꼭 그 짝인것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바로 짱아지!!! 된장 고추장 간장에 그것도 모자라 식초와 빙초산까지, 온갖 시련에 쩔고 또 쩔어도  오히려 그속에서 오묘한 새로운 맛을 찾아 낼수 있는 바로 그 짱아지인 것 이다.

 

며칠을 무거운 머리를 받쳐들고 오락가락 하다보니 집안에서만 바라다보던 바깥세상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일터를 향해 열심히 뛰어가는 사람들, 무거운 가방에 어깨가 휘어지는 학생들, 쪼글쪼글한 손으로 콩한쿰을 내밀며 팔아주기를 원하는 길옆의 할머니들, 수면부족으로 카운터에서 졸고있는 어린 아르바이트생들....

심신이 편하고 아무 생각없이 살아 갈때는 그런 것들은 그저 창문건너로 내다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풍경화였다.

하지만 직접 그 속에 뛰어들었을때 그 것은 치열한 생활의 한 방편이라는 것을, 그 것이 내가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는 바로 그 것이라는 것을 난 너무나도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캄캄한 내 머리속에서는 한줄기 벼락이 쾅하고 내리쳤다.

(영화나 만화를 좋아하시는 님들은 그림이 금방 생각나시리라.)

이후의 내삶에서  혼란은 모조리 없애버렸다. 어차피 거금들여 학원에 등록했으니 본전에 이자까지 뽑아야 직성이 풀리겠고 어차피 공부를 시작했으니 두번 할 필요 없이 한번에 끝내서내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자 하는 마음으로  전투에 임하기 시작했다.

살림이고 뭐고 신경끄고, 아이에게는 공부하는 엄마의 모습이 교육상 좋을거야하고 위안 삼고, 남편은 뭐 자기가 아쉬워서 이 고생시키니 외조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테고,시부모들은  당신들한테  안 기대고 며느리 덕분에 당신아들 사장님소리 들을지 모르니 감히 귀한 며느리 오라가라 못하실테고.

난 철면피가 되었다. 아주 두꺼운 철판을 눌러쓴 철면피.

 아이를 유치원에 등교시키고  늦을세라 학원으로 직행, 강의가 끝나면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고 대충 집안을 정리 한다음 근처 대학 도서관으로 간다. 저녁때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고  설겆이는 남편에게 미루고 다시 도서관으로 향해 밤12시에 귀가, 이렇게 해서 나는 하루에 12시간이상을 공부를 할수가 있었다. 남편이 오후에는 시간을 낼수 있는 직장인지라 아이를 챙기고 저녁준비도 가끔은 해주고, 밤늦게 들어오는 마나님 마중도 오고,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멀미가 난다. 누가 억만금을 줄테니 다시할수 있냐고 물어보면 난 바로 어휴~ 싫어, 싫어하며 고개짓을 먼저 하게 된다.

난 지금도  농담삼아 하는 이야기가 있다.

"있잖아, 난 머리털나고 여태까지 샤프심5통 써보기는 그 때가 처음이였어"라고.

 

그렇게 해서 지난시간이 장장8개월.

내일이면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시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