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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님께**


BY ylovej3 2001-06-09

<내 마음의 보석상자-해바라기>

지난 봄, 시골에 며칠 머물면서 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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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님께

아버님....알고 계셨는지요?
어제는 아버님 예순 세 번째 생신이었습니다.
어머님과 함께 장을 볼 때도, 생신상 차릴 음식을 마련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우울했습니다.

미역국 대신 탕국을, 팥밥 대신에 쌀밥을, 케이크 대신에 떡을, 잡채 대신에 포를 갖추어 상을 마련하니
생신상이 아니라 제사상이 되었습니다.
그제야, 아버님께서 저희 곁에 계시지 않다는 것이 가슴 저리도록 실감이 나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생신상을 차린 후 절을 드리고, 아버님이 계신 산소에 갔습니다.
무르익은 봄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낮은 산길을 타박타박 걸어가자니,
깊섶에 수줍게 피어있던 자주제비꽃과 민들레가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정겨운 모습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고향의 갈색 바람을 맞으며, 허리 낮춰 야생화와 눈 맞추는 잠깐사이 저는 아버님곁에 와 있었습니다.
성큼 한 걸음인 것을 지난가을에는 왜 그리도 멀어만 보였을까요?

아버님이 계신 외로운 자리엔 철쭉과 사철나무로 울타리를 쳐 놓은 어머님의 따스한 손길이 머물러 있고,
듬성듬성하던 잔디에선 어느새 파란 싹이 올라와 꽃잔디와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버님 계신 낮은 집을 쳐다보자니, 가슴 한 켠에 숨어 있던 그리움이 울컥 치고 올라와서
아무렇게나 털썩 주저앉아 아버님을 낮게 불러 보았습니다.

아버님.
지난해 가을, 고향 들녘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를 뒤로하고 저희와 헤어진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낯선 곳에서 외롭지는 않으신지요?
좋은 분들은 많이 사귀셨는지, 제 선친은 만나셨는지... 모든 게 궁금합니다.

아버님께선 틀림없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계시리라 믿지만 제 마음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아마 곁에 계실 때 마음껏 잘 해 드리지 못한 죄송함 때문인가 봅니다.

아버님
어머님께선 아버님을 떠나 보낸 뒤 한 동안은 눈물로 지새시며 몸져 눕기도 하셨어요.
'내가 네 아버지를 참 많이 사랑했는갑다' 혼잣말하시며 목이 메어 울고....
아버님께서 남긴 유언장을 보며 목놓아 울고, 아버님의 사진을 부둥켜 안고 또 울고...
어머님의 눈물샘은 깊고 깊어 쉬이 마르지 않을 듯 싶습니다.

언젠가, 어머님께서 저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으셨다는 아버님의 편지를 보여 주시며
눈물 흘리셨어요.

"여보, 미안하오. 내 먼저 가서 좋은 곳에 자리 잡고 기다리겠소. 당신은 천천히 오구려.
사랑하오. 사랑하오"

아버님.
제가 읽은 어느 연애소설에서도 이처럼 깊고 감동적인 글귀는 본 적이 없답니다.
어머님께서 그러셨어요.
"이렇게 잘 쓰는 글을 진작에 한 번 써 주지. 무심한 사람..."

문득, 지난 어머님 생신 때 아버님께 처음으로 장미꽃을 선물 받았다며 저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하시던 어머님 모습이 생각납니다. 사춘기 소녀처럼 상기된 목소리로 몇 번이나 말씀 하셨죠

"나.. 네 아버지에게 선물 받았다. 꽃이다. 국화꽃도 아니고 장미꽃이다.
며느리 넌 받아 봤나? 이 엄마가 부럽제.. 그쟈, 그쟈?"

아버님께선 그 꽃을 사 와서는 쑥스러워 건네질 못하고 한 손에 계속 들고 다니다가 어머니께서
"당신 손에 든 그건 먼교?"하고 물어 보시자, 바닥에 꽃을 툭 던지며
" 시장에 갔더니 싸게 팔길래 한 번 사 봤다"며 황급히 도망 가셨다죠?

아버님. 지금에야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전 그 때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아버님의 소년같은 표정과 무뚝뚝한 말투가 눈에 선해서 두고두고 미소 지었답니다.
전 일찌감치 알고 있었거든요.
"자고로 남자는 말이 없어야 된다"던 그 투박한 말씀 뒤에 숨겨진 속내 깊은 정을 말입니다.

아버님.
출근하는 며느리를 회사까지 바래다주시고,
퇴근이 늦어지는 날엔 버스 정류장에서 절 기다려 주셨던 아버님.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슬그머니 약을 지어 놓으시고 몸 약한 며느리를 염려하셨던 아버님.
저에게 단 한번도 언짢은 표정을 보이지 않으시고 언제나 자늑자늑 하셨던 아버님...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린 일들,
다시는 느껴 보지 못할 그 따스한 정이 문득 문득 그리워지면 전 어떻게 해야 할런지요?
아버님을 여의고 문득 문득 보고픈 맘이 사무치는 걸 느낍니다.

아버님.
3년 전 병원에서 내린 암선고를 계기로, 안락한 집과 정든 가족과 이웃을 남겨두고
낯선 그 곳으로 내려 가셨을 때 저흰 잠시 절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시골은 처음이라던 어머니께서 손이 부르트도록 채마밭을 일궈 온갖 무공해 야채를 재배하시고,
아버님께선 맑은 공기를 쐬며 참선과 자연식의 가벼운 식사만으로 생활하시는 걸 보며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늘 웃는 모습만 보이고 재미난 얘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이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그리고, 좀더 자주 찾아 뵙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아버님.
어머님께선 지금껏 시골에 계십니다.
그 곳에서 아버님과 단 둘이 보냈던 2년 반의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고 눈물겨워
쉽사리 떠나올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또 이웃과도 정이 들었구요.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저흰 큰 도움은 되어 드리질 못하고 있어요.
모든 일에 철저하시고 지혜로우신 분이라 어머님 의견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너무 염려는 마세요. 저희가 전화도 자주 하고, 편지도 하고, 자주는 못 내려가지만
가끔 손주들의 재롱도 보여 주며 어머님 기쁘게 해 드릴게요.

아버님.
고향 들녘에 피어오르는 낯익은 연기처럼 아버님의 정을 느끼며 살아가겠으니,
아버님께서도 저희 걱정 마시고 계신 곳에서 늘 편안하시길 바랍니다.

하늘빛이 유난히 맑은 날에는 아버님 눈빛이구나,
바람결이 유난히 따스한 날에는 아버님 마음이구나 생각할게요.

5년이나 아버님 며느리로 살았으면서도 단 한번도 하지 못했던 말이 왜 지금에야 할 용기가 생기는지요?
바보같은 며느리 하늘보며 크게 소리치니깐 꼭 들어주세요.

'아버지! 고마웠습니다.... 언제나 언제나 사랑합니다'

2001. 무르익은 봄 날에

아버님을 그리워하는 둘째 며느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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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건

-박남원-

세상에서 한 사람을 만나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으로 세상을 연습하는 일이다

비가 오면 비에 젖는 바다의 모습으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이다

혹은 불볕 쏟아지는 여름 날
바람이 저녁 산을 어루만지듯
가슴을 열고
목마른 여름길을 홀로 걷던 사람과
마주하는 일이다

이제는
지친 다리를 쉬게 하는 일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어느 미물일지라도
사랑은 결코 외면하지 않으니

한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목숨을 사랑한다는 것
그의 웃음 부터 흐르는 눈물까지
내 스스로의 것으로 돌려 받는 일이다

그리하여 사랑한다는 것은
둘이 똑같은 하나가 되어
늘 어둠의 깊이보다 높은 데서 빛나는
별들을 한없이 바라보는 일이다

감포의 어느 보리밭입니다

뒤에 보이는 바다는 동해의 감포바다인데요, 문무대왕의 수중릉(대왕암)이 있는 곳이지요

**그리운 아버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