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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이 커야 배도 크다


BY 미래 2002-08-26

결혼할때 가져온 그릇세트가 찬장에 놓여있다
이사를 자주 가지 않아서 깨거나 버리거나 하지 않아서 아직도 새것이고 손님상 차림에는 항상 쓰여지고 평상시에도 그릇으로서 대접받는다

누구는 밥그릇 하나 숟가락 둘
국그릇 둘로 시작했다고 하지만
나는 호강이어선지 대접세트며 그릇세트를 마련하고도
장농까지 들여 놓았으니 행복한 신혼으로 출발한건 틀림없다

이사를 미루다 미루다
한번 집을 옮기기 위해 하는 그릇포장이 꽤나 힘들었다
신문지며 종이를 그릇마다 끼워 넣고도 안심이 되지 않아 그릇박스를 사용해야 했다
이사짐을 싸면서 신혼을 생각한다거나 그대로 있는 그릇이 신물나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구년을 그 그릇에 밥과 반찬을 담아먹고 아이도 낳았으니 소중한 기억이며 살림살이임에는 틀림없다

이사를 자주하던 시절에는
씽크대 사용보다 마당가 수돗가가 인기였다
거기서 쌀도 씻고 그릇도 씻고 세수도 하였으니
부억과 욕실이 마당가에 한데 모여 있던 셈이었다

나는 지금 그런 곳에서 산다
그러나 부억은 부억대로 욕실은 욕실대로 있고
마당가 수돗가도 언제든지 쓸 수 있으니 빈번하던 이사 시절과는 그 느낌이 다르다

설거지를 하다보면 씽크대가 작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것이 밥그릇이 작다고 보기에는 핵가족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식도 늘고 맛들도 다양하고 아이들도 많지 않아 밖으로 밖으로 나가지만
우리집은 여전히 밥상을 지키고 있으니 설거지 할때마다 그릇을 깨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후닥후닥 설거지를 하다보면 이가 빠지거나 금이간 그릇들이 눈에 띤다
버리자니 아깝고 그대로 쓰자니 깨름칙하다
그래서 밥그릇을 자주 바꾼다
서너번도 바꾸었지만 여전히 사기로 만든 그릇은 언제가는 깨질거고 깨질 것이다
그러나 시집올때 가져온 밥그릇은 그대로다
배에 비해 밥그릇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사용을 자제한 탓도 있겠지만 매일하는 설거지에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어제는 구닥다리 밥통을 바꾸고
밥그릇을 바꾸었다
식구가 많지 않아서 그릇을 많이 바꾸어 주지 않았지만
밥그릇은 좋고 볼일이다
먹기 싫은 밥도 그릇이 다르면 맛있고 밥양도 조절된다
늘 사용하던 사기그릇에서 아예 스테인레스 그릇으로 바꾸니 아줌마 같은 내 얼굴이 비친다
그릇에 물을 따라 마시니 주름지고 밥집 아줌마 같은 내 얼굴이 거기 있다
배가 커야 밥도 많이 들어가는데 아마도 얼굴이 비치니 밥그릇이 작아질지 모른다 그것은 밥그릇보다 접시나 대접이 많아야 한다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