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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95)고구마 줄거리


BY 남상순 2003-08-28

얼마전 잔치자리에 초청을 받았는데 고구마 줄거리 나물이
어찌나 맛이 있던지 열심히 먹었다.
잔칫상에 감히 올라올 수 없는 고구마 줄거리가 색스럽기까지 했다.

실은 너무도 가난하던 시절 값도 싸고 말만 잘하면 공짜로 얻어 올 수 있어서
그리 귀한 반찬이 못되던 음식이다. 

엊저녁 강화에 심어놓은 고구마 줄거리가 무성해서 솎아 왔노라고 가져왔다.
고구마 줄거리를 채취해서 껍질을 벗기고 물을 끓여 파랗게 데쳐서 다시 약념을 해서
알맞게 볶아서 나물을 만드는 모든 공정이
너무도 번거롭고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해 왔다.

그 시간에 책 한줄이라도 더 읽고 인터넷 서핑을 하던지
그야말로 tv뉴스라도 듣는것이 더 낫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반찬가게에 나가 2000원이면 한번 맛있게 먹을 수 있질 않는가?

오늘 저녁에 데쳐서 나물을 볶았다.
나물을 볶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고구마 줄거리를 솎아다 마루에 뿌려놓고
아줌마들이 모여 앉아 줄거리를 벗기며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손공이 많이 든 나무새를
정성들여 간맞춰 볶아서 식탁에 올린다.

나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특별한 정성을 생략하면
고구마 줄거리야 무에 그리 대단한 맛이겠는가?

어릴적 가난할 때 먹던 어머니의 손맛, 고향맛, 향취가 그리운것 아닐까?

편리한것만 능사가 아니다.
시간이 없다고 말할때 그 시간이란게 언제나 하루 24시간은 변함이 없다.
결국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가? 라는 우선순위의 문제만 남는다.

고구마 줄거리!
데쳐서 볶아내는 무익할 듯한 시간들이
내게주는 재창조의 기쁨이랄지...
가족을 위한 즐거운 봉사랄지...

이런 것들이 생략된 채 편리함과 효용성 때문에 점점
거칠어가고 삭막해지는 쫏기는 인스턴트 패스트 후드 시대에
계산 할 수 없는 역행 "정성"이라는 값진 댓가가 지불된
손맛, 고향맛이 아쉬운 세월을 우리가 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