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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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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화채


BY 조롱박 2002-07-15

종일 여우 비 가 내리다가 그쳤다가

후덥지근한 장마통 날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후줄근히 땀 에 젖게 하는데

저녁찬거리를 사오다가 트럭에 가득실은

수박을 보고 무겁지만 한통 사서 들고 왔다

수박 꼭지를 따고 동그랗게 속 을 파내어

냉동실 얼음을 채우고 알맞게 차거워진

사이다를 조금 붓고 미숫가루 랑 아카시아꿀 을

넣어 다시 꼭지를 막아두었다

이제 곧 돌아올 가족들에게 시원한 화채를

예쁜 유리그릇에 담아서 줄 생각이었는데

식탁에 얹어둔 수박을 보며 어느해 여름이 문득 떠올랐다

수박이 지금은 흔하디 흔한 과일이 되었다

수박뿐일까

하우스로 재배되어 나오는 과일은 제철이 무색하리 만큼

계절 구분없이 나오고 있지만

내 어린시절엔 한여름 수박구경이 그렇게 쉬운건

아니었다

수박밭이 있긴 했지만 누구나 다 사먹을수 있는게

아니었기에 수박을 재배하는 집에서는

항상 높다란 원두막을 지어놓고 늘 감시를 하곤 했다

그래도 용케 눈 을 피해 수박서리를 해다가

먹기도 했지만 주인 눈 을 피하려고 하니

더러는 익지 않은 수박을 따기도 해서

먹어보지도 못한채 도랑옆 풀숲에 던져버리기도 했다

어쩌다 어머니가 수박한통 사서

차거운 우물속에 담궜다가 커다란 양푼이에

속을 박박 긁어내서 뉴슈가 나 사카린 을 타서

시원하게 한그릇씩 담아서 먹는 날 도 있었지만

식구 가 대가족이다 보니 한통으로는

넉넉하게 먹기가 부족해서 수박의 하얀 속살까지도

아낌없이 다 먹곤 했었다

요즘은 수박겉핥기 식 으로 붉은 속살이 붙어있어도

껍데기와 같이 미련없이 버리는걸 주저하지 않을 만큼

흔한 세상이되었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그런 세월이 멀지않은 곳 에

있었던걸 기억해낼수 있다

토마토 도 귀했고 자두 도 귀했고 참외도 귀했기에

누구집 제사날엔 제사밥 갖고 오길 기다리던

그런날들도 있었다

손전등 들고 제삿밥 이고 가는 엄마 앞에 서서

싸릿문에 서서 헛기침만 해도

불이 켜지고 방문이 화들짝 열리던 그런 시절이

그렇게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제삿날엔 참외나 수박이나 이런 과일을

통째로 나누지 못하고 ?p등분 나누어서

접시에 갖가지 과일로 빙 둘러서 담아보내던

그런 시절 이야기가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닌데도

지금은 모든게 풍요로워 마치

그런시절 이야기가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이야기처럼

내자신도 그렇게 느껴진다

오늘 수박화채를 만들면서

풍성한 과일 만큼이나 마음도 풍요롭지만

아릿 아릿 저며오는 그리운 추억도 새삼 떠올라

한참을 고향마을에 머물다가 돌아나온 느낌이다

이 저녁 이제 돌아올 내 가족들과

옛이야기 하며 시원하게 저녁을 맞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