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신문을 뒤적이다가 흥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 외할머니의 힘>이라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보도한 내용으로
외할머니가 영아기에 동거할 경우 영아의 사망율도 낮고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는 내용으로
외할머니에 대한 연구가 지금 미국에서는 활기를 띠고 있단다.
그 기사를 읽노라니 너무도 당연한것을
그들은 연구까지 하는 구나 하고 웃었는데
그 다음 기사가 더 흥미로운것이
친할머니는 전혀 영양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 보고였다.
할머니라면 당연 사랑으로 손주를 돌보아서 안전하고 믿음이 갈 것이고
또 가정을떠나 사회적으로도 연장자이니 만큼 풍부한 경험으로 이루어진
삶의 노하우일 때문이라는 내 생각이라면 친할머니는그럼 왜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사랑이 부족한것은 아닐테구 그렇다면
며느리와의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에서 그런것일까?
아무튼 흥미로운 결과이다.
지난해에 많은 관객을 끌어들인 영화 < 집으로 >를 볼때에도
" 이땅의 모든 외할머니께 이 영화를 바친다" 라는
글귀가 있어서 극장을 나오면서
"친 할머니들이 이영화를보면 서운하겠네" 라는 농담을 했었는데
역시 외할머니의 위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식사랑의 맥락에서 다를바가 없나보다.
그나저나 아들 하나 밖에 없는 난
외할머니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처지이고 보면
그런 연구보고에 심기가 않좋은것은 사실이다.
나에게는 아직도 외할머니가 살아계신다.
외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아흔넷이 되셨다.
젊어서도 항상 소식을하셨던 할머니는
이제 마르다 못해 몸이 바람이 불면 날아갈듯 가볍다.
내가 안아드려도 될만치 야위고 늙으신 외할머니는
노환으로 가끔 입원하시는것을 빼고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으시다.
힘이 없어서 바깥 출입은 보호자가 있어야 하지만
지금도 어찌나 생각이 맑고 기억력이 좋으신지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도
우리보다 더 기억을 잘 해내어 놀라게 하신다.
불이 나도 큰 소리를 낼것 같지 않으신 외할머니는
언제나 말 소리도 아주 작고 여성스러우시다.
외할머니는 아들셋에 딸 둘을 두셨는데 우리 엄마가 제일큰 맏딸이다.
엄마나 이모가 늘 하는말이 한번도 엄마에게 야단을 맞아 본 적이 없다는 말을 하시니
할머니의 성품을 짐작할 일이다.>
부산에서 살았던 외할머니는 내가 어렸을적에 농번기때면
가끔 우리집에 오셔서 한 철 농삿일을 거들어 주시곤하셨다.
제일 맏이인 큰딸이 홀로 청상이 되어 힘든 농사일을하시는
엄마가 마음이 아프셨기 때문이리라.
조그만 힘이나마 딸이 고생하는것을 도와 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철을 엄마가 일하는 것을 보고 돌아가시면
고생하시는 모습에 마음 아파 하시곤 하셨다.
칠순이 넘은 엄마가 언젠가 하시던 말씀이
< 울엄마 돌아가시면 어떻게 살까?> 하신다.
그 나이에도 엄마라는 존재가 그렇게 클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젊어서 혼자되신 우리 엄마에겐 마음속에 의지가 엄마였던 것일까.
그렇게 고생하는것이 늘 안타까웠던 딸인 엄마가
작년에 갑자기 돌아가셨을때도
외할머니께는 충격 받으실까봐 말씀도 안드렸는데
나이들면 눈치도 빠른지 언제 다 알고 계시면서도 말씀도 않고
오래도록 같이 사시는 외삼촌에게조차
내색을 않으셔서 더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셨다.
지난 봄 생신에 뵌 외할머니는 나를 붙들고 오래도록 우시기만 하셨다
. 장롱을 열고 맨 아래서 하얀봉투를 꺼내시더니
너의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주고 간 용돈이라면서
내가 이것을 어찌 쓰겠느냐고 하시면서 또 우신다.
사람이 산다는것은 의미를 어디에다 두는것이 제일 행복할까?
그림자처럼 방안에서 앉아있다가 누웠다가,
보고픈 사람도 찾아와줘야만 볼 수 있고
귀가 어두워 전화 통화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나이.
그런 외할머니보고 이모는 그렇게 오래 사는것은
안 행복한거 같다고 하신다.
그래도 우리 엄마 없으면 어떻게 살까하고 또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 이런데 니들 마음이 오죽하겠냐면서 또 우신다.
엄마가 가신지 일년이 다 되어간다.
엄마가 안계신 지금 내게 외할머니는 전화를 통해서나 꿈속에서나
눈물을 쏟을 수 있는 함지박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것도 노인의 건강을 염려해야하는 정도로 연로하신 외할머니.
그러나 작은 체구의 힘없는 노구이지만 그래도 영원히
내가 찾아가 마음 쉴 수 있게 하는 존재.
그래서 외할머니의 힘은 연구의 가치가 있는것일까?
그런 외할머니가 더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