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환자의 과거 진료정보를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는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9

10년이네...


BY 세세라기 2003-08-26

'발렌타인데인데 니그덜 뭐할꺼냐?'

이 넘은 늘 이런식이다 술 사 줄 꺼면서도 한 넘도 없는 울 둘을 벅벅 긁었다.

그래 없는 것들끼리 주~~~욱 빨자싶어 이 넘과 사무실을 나갈려던 찰나 이 넘 여자 둘에 지 혼자는 뭐하다며 넘 들을 더 델구 왔다.

'앞으로 3개월 같은 사무실에서 마주 할 사람들인데 인사나 하자고...'

그렇게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가 가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난처럼 술이나 먹자고 전화하고 장난처럼 영화나 보자고 그랬고 장난처럼 쇼핑하러 가자했다. 그는 단 하번도 짜증내는 일 없이 그래 같이가자 그래 같이 마시자 그래 같이 보자 늘 내게 그래그래 라며 곁에 있어주기 시작했다.

첨엔 친구들과 같이, 어느새 자연스래 둘이 되어갔고 주위에 모든 이들이 둘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난 사랑이 시작 되어가고 있었다.

 

그와 있는 시간 들이 너무 아쉬웠다. 서로가 아쉬워 버스 종점을 오가다 결국 택시를 타고 들어간 적도 많았다. 밤 새 전화하다 수화기를 붙들고 잠이 든 적도 많았다. 18개월을 하루도 안 만나면 큰일이라도 난 듯이 매일매일 서로를 찾았다. 하지만 난 그를 만나도 뭔가 허전한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인가로 인해 늘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많이 아팠다. 어디가 아픈 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술을 많이 마셨다 하지만 왜 술을 마시는 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는 내게 말하지 않으려 하는 부분이 많았다. 숨기는 것이 아닌... 

난 그런 그를 인정하려했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것처럼 굴었다.

아픈 그를 위해 약을 챙기고 술을 마시는 그를 위해 분위기 좋은 곳을 안내했고 그가 아무말 하지 않고 묵묵히 있어도 난 옆에서 자리를 지켜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누나를 만났다.

만나지 말라했다. 만나면 내가 너무 힘들거라고 그 사람 날 너무 아프게 한다고.........

조금씩 지쳐가는 내게 그의 누나의 말들은 너무 아팠다.

늘 옆에서 바라보던 친구가 내게 그만하라고 했다.

내 사랑을 접으라고....친구는 그랬다 너만의 사랑일꺼라고.........

난 그렇게 힘들게 힘들게 이어갔던 내 사랑을 접었다. 18개월....

그는 왜 날, 떠나는 날 내 버려두었을까.

 

그를 잊어가는 시간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술에 찌들어 살아가는 내 모습에 친구들이 그럴거면 다시 한 번 만나 보라고했다.

하지만 난 그를 만날 용기도 없었다. 그가 잡아주지 않을까봐..그게 무서웠다.

내가 그로부터 걸어나왔지만 다시 걸어간 들 달라지는 것이 없을것 같아서..

 

그와 지내는 동안 단 한번 그의 눈물을 본 적이 있었다.

그가 나를 처음 안은 날 그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못 본 척 돌아눕는 날 뒤에서 안아주었던 그. 내가 울어야지 왜 니가 우냐고 농담처럼 넘기는 날 소리없이 안고 울고 있었다.

그는 소리를 내는 법을 모른다.

웃을때도 슬플때도 술을 마실때도 밥을먹을때도 ....

그에겐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나로 인해 크게 아주 크게 웃었던 적이 있었다.

그 날 그의 웃음 소리에 행복했던 날 떠올리며 나 또한 소리없이 울고만 있었다.

 

그렇게 네 계절이 지나고 그를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그와의 끝으로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있던 내게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잠깐 바쁜 동안만 나와서 일을 봐 달라고.. 그를 아는 이들을 만나다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아파 힘들어하던 내게

조금은 두렵지만 간곡한 부탁에 그러마 했다. 그 곳에 그가 있었다. 그 또한 나와 똑같은 이유로 그 곳에서 잠시 일을 한다했다. 하지만 사무실이 다르기에 그를 마주칠 기회는 없었다.

차라리 만나지 않아서 대행이다라는 맘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의 모습이 너무도 궁금했다.

몇 발자욱만 걸어가면 그가 있지만 그 길이 왜 그리도 멀고 먼지......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일에 지친, 사람에 지친  그가 일을 못하겠다고 쓰러져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가슴이 쉴새없이 두근거렸다. 가봐야하는 건가 모르는척 있어야 하는건가...어찌할 바 모르는 내게 사람들이 가 보라한다. 너밖에 없다고....가서 말하라고..

망설임에 끝에 그에게 갔다. 책상에 웅크리고 있는 그를 보니 가슴이 저려 단 한마디도 할 수없었다.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담배를 권했다. 아무말없이 받아든 그가 사무실을 나선다. 나도 모르게 그를 따라 나서 비상구불만이 켜져 있는 엘레베이터 앞에 나란히 서서 담배를 물었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 심장은 고동을 치어 그 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그는 그 정적을 바란 듯 아무말없이 담배만을 태웠다.

'들어가자'

그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우리의 재회는 그렇게 끝났다. 어떠한 변명도 어떠한 원망도 그대로 덮어둔채...

 

일을 끝내고 회식 자리에서 그에게 새로운 여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날도 같은 사무실에 있었다한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았다고 한다.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날거라는 그리고 내가 있는 곳에 그여자와 함께 했다는 사실이 믿어 지지 않았다. 술을 마셨다 죽을만큼 마셨다. 그가 나타났다. 그의 여자도 함께....

그를 바라보며 울지 않았다. 그가 날 바라봐도 애써 피하지 않았다.

흐트러진 나의 눈동자엔 이제 그가 없었다. 맑은 그의 운동자엔 바보같은 나만, 술만 있었으리라...

 

정신을 차리니 커피숍 그가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꿈이려니 다시 눈을 감았다.

'뭔 술을 그리 마시니 죽는 줄 알았다. 그냥 쓰러지길래'

다시 눈을 떠 그를 바라보았다. 빙긋이 웃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냥 고갤 숙였다.

'이젠 좀 괜찮니..쓰러지길래 내가 델구 왔어. 다들 아직 거기 있어 다시 갈래?'

고갤 들어 그를 바라봤다. 내 눈엔 어느새 눈물이 넘쳐나고 있었다.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 우리 다시 시작하는거야?'

그는 조금 놀란듯 하지만 금새 '아니'라고 다정히 대답했다.

다시 고갤 떨군 난 어깨가 흔들리도록 흐느끼기 시작했다. 또 소리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런 날 그는 한참을 기다려 주었다. 내게 가지고 있던 눈물을 다 쏟아냈으리라고도 생각이 드는데 왜 그리 눈물이 멈추질 않는지.....

그가 일어났다. 이제 가야한다고 돌아서는 그에게 웃으며 잘살라고 했다 그런날 바라보던

그의 표정이 잠시 흔들리는 것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또 네 계절이 흐르면서 그를 잊어가려했고 그러던 중 그와 나를 옆에서 지켜주던 친구가 내게 프로포즈를 해왔다.

그를 처음 만난 날 이 친구도 처음 만났었다. 누구보다 그에 대한 내 마음을 잘아는 이 친구의 청혼은 뜻밖이어서 망설이며 피했다. 그러나 그는 내게 그의 이야기를 묻지 않았고 내 맘이 정리되어가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결국 우린 결혼을 결정하고 회사에 인사를 가게 되었다. 회사는 그 날 마침 회식자리가 있었고 우리의 결혼을 다들 기뻐해주고 축하해 주었다.

회식자리가 끝나고 회식자리에 못오신 차장님께 인사 드리러 회사를 가던 도중 그를 만났다.

그의 어색한 축하한다는 말....애써 웃음짓는 그의 어색한 얼굴....웃으며 고맙다고 하는 나.

 

그렇게 6년이 흘렀다.

얼마전 우연히 그의 소식을 들었다.

아직 미혼이고 그가 그렇게 하고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고.....

신랑에게 그의 얘길 했다. 아 그러냐고...나이도 있는데 빨리 결혼해야지 라고...

 

앞으로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지난 날의 추억이라기엔 그가 내게 남기고간 흔적들이 너무도 큰데...

그가 나처럼 행복해지길 바란다.

이젠 아프지 않길 이젠 크게 소리내어 웃길....

하늘이 흐린 오늘 같은 날이면 어김없이 그의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