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신지는 시골이다. 현재도 쭈욱 시골에서 살아가는 지천명을 바라보는 평범한 아줌마이다. 나고 자란 곳보다 조금 지척으로 시집을 와서 살아오면서 시골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겉치레를 조금은 세련되어지게 꾸미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덜 아줌마 스러워 지기 위하여 머리도 볶음파마보다는 생머리에 바람머리를해서 가능한 도시스러워 지고 싶어 하고 말하자면 공주로 살고 싶은 바램을 간직하고 살아 왔다. 어느날 부터 갑자기 변해가는 자신의 겉모습에 마음도 함께 변하여 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포장된 겉 모습으로 살아가려 노력한 과거를 벗어 던지고 싶어졌다. 그러한 생각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고 그리고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한다.
어느날 갑자기 들판천지로 널려진 쑥한번 내 손으로 채취해본적이 없음에 회의가 느껴지기 시작하고 과연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반성해 보기 시작했다. 남들은 나를 알뜰하다고...그리고 똑소리 난다고.... 물한방울 안날정도로 쓸모있다고 칭찬해주는데 나는 속속들이 살림의 지혜를 다 할줄 모르는 어설픈 중년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 지기 시작했다. 필요할 때마다 떡집에 , 분식집에 가서, 빵집에 가서 아이들 간식을 사다 나르는 중년아줌마의 할 수없음에 스스로 얼굴이 달아 오름은...
행동으로 실천해봄으로 해서 정말 잘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바구니 하나를 들고 그리고 작은 칼을 챙겨서 이른 봄에 돋아난 햇쑥부터 채취하고 일년내내 삶은 쑥이 냉동실에 가득히 담겨져 있도록 해보는 것이 나의 할수 없음을 뛰어 넘는 일이었다.
하루... 저녁나절 몇시간동안 어린 쑥들을 채취하기 시작하였다. 불어대는 훈훈한 바람결 밑에서 어린쑥을 채취해 가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수 없는 살아 있는 그것이라고 할까! 자연이 나에게 베풀어 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행복에 젖어들기 시작한 나는
이틀.....그리고 일주일 ....열심히 쑥을 뜯으면서 인생의 또다른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뜯어온 쑥을 삶아서 쑥청절편과 쑥설기를 만들었다. 엄마가 뜯어와서 엄마가 만들어온 떡을 내어 놓았을때 평소에도 떡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은 나에게는 커다란 용기로 남게 되었다.
쑥을 파아랗게 잘 삼기 위한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고, 삶은 쑥을 말려서 곱게 가루를 빻아서 맛나는 쑥카스테라를 만들수도 있게 되었으며 이른봄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쑥국을 맛나게 끓일수도 있게 되었다. 쑥개떡을 만들수 있게도 되었으며. 쑥설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취향도 터득할 수있게도 되었다.
이렇게 시골스러워 지기를 아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모든 것을 비우고 낮은 모습의 내가 되어 보니까 작은 풀 하나도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겨 지는 것이다. 쑥을 뜯으면서 느껴봤던 생명의 신비함과 음식을 만들면서 느낄수 있었던 예술혼의 정신에서 나는 또다른 삶의 장을 느끼고 깨달으면서
주부! 아줌마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생각을 가져 보게 되었다. 아줌마가 주는 이러한 특권의식이 없었다면 결코 참다운 내가 탄생할 수 있었겠는가?
요즘 열심히 전통음식만들기에 심취하고 연구해 본다. 자연과 밀착되어 있는 우리 음식연구는 선조들과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예술혼과 지혜 심미안을 보면서 감탄사를 가질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고 색깔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음양오행이 뚜렷이 있음을 점점 알아 가는 나는 천지만물을 창조한 신의 위대함에 깊이 감사를 드리고 싶다. 아울러 시골에서 자연을 만끽하면서 자연스럽게 살아 갈수 있음에 또한 감사를 한다.
도시스러워 지기 위한 나의 겉모습을 버리고 참다운 내가 되어 세상의 지혜로움을 깨달으면서 살아가는 생명력있는 자연인이 되어 가련다.
이제 나는 자연을 벗삼아 생의 지혜를 읽을 수도 있게 되었다. 평범하면서도 품위있는 시골 아줌마 임을 자칭 강조를 하고 싶다. 자연안에서 나는 커다란 부를 얻을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작았던 마음들이 커다란 마음이 되어 평온으로 접어 들게 되었다. 나의 마음속의 모든 집착들을 버리게 되니 내가 보이고 그리고 모든이들이 보이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자연속에서 위대한 아줌마가 되어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어린 쑥들이 내마음에 파장을 일으켜 주었다. 쑥은 내마음의 진원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