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나누면 배로 늘어나고 슬픔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했던가.
나는 기쁨은..에는 공감하지만 슬픔은...은
내 견해로는 전적으로 반대다.
이웃집에 열살 손아래 여자가 있었다.
만나면 남편과 싸운 이야기, 시댁험담을 해댔다.
처음에는 재미있어했고, 덩달아 남의 남편 흉도 보곤 했다.
그런데 거듭할수록 그여자와 마주쳐서
'형님' 부르면 '나 지금 바빠'하면서 슬슬 피해지기 시작했다.
그 여자의 얘기를 듣고있으면 고스란히 나에게로
그 속상함이 전가되어
짜증이 나기도 했고, 혈압도 오르기도 하고, 그집 남편을
보면 자꾸만 이상하게 보이기도 했다.
또, 같은통로에 백혈병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가 있어
자주 그집에 가서 혼자 슬퍼말라고 위로 하러 가서는
같이 울다가 되려 그 엄마의 슬픔만 더커지게 만들어 놓곤 했다.
나도 전에는 여러가지 일로 속상하면
친구에게, 사촌동서에게 만나서 ,또는 전화로 속풀이를
하고 나면 속은 시원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가
되었다. 괜히 나땜에 남까지 속상하게
만들지나 않았나 싶은 마음에...
남에게 속앓이를 풀어놓을때 일방적으로 내 얘기를
다 털어 놓아 나의 슬픔이 줄어들지는 몰라도
상대적으로 남에게 그대로 옮겨놓는것 같애 지나고 나면
찝찝했었다. 그후로는 화날땐 두문불출하여
전화도 받지않고 책에 몰입하던지, 아니면 집안일을 꺼내어
하던지,이래저래 풀리지 않으면 혼자
노래방엘 가곤 했었다. 주인의 이상스런 눈빛도
아랑곳 않고 노래를 실컷 부르고 나면
기분이 훨씬 나아지니까...
어제 남편은 동창회에 갔다가 새벽1시에 들어오더니
뭔가 안좋은 일이 있었는지 괜히 시비를 걸고 트집을 잡았다.
내 특유의 묵묵부답으로 대꾸도 않고 가만히 있으니
제풀에 잠이 들었었다. 그런데 아침까지도 이어지는지
반찬으로 시비를 걸었다.
화가 치밀었지만 출근하는 사람에게 덩달아
화를 내면 그 여파가 사무실직원들에게 갈까봐
꾹 참았다.
빨랫감이 많았지만 세탁기를 돌리지 않고 손빨래를
다하고 나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오랜만에 딸아이가 내려와서 아직 자고 있는데
이 기분 그대로 있다가는 자고있는 딸애에게 화풀이 할것같애서
차라리 목욕이나 갔다와야겠다.
이러다가 나도 성인 반열에 오르지나 않을까.....
씩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