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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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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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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지 중후군


BY 최명숙 2003-08-23

요즘은 난  갑자기 효자아들 때문에 가슴이 멍울하다.

두어 마디만 해도 듣기 싫어하던 아이가 오십여일 전에 나라에 충성하러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를 했는데, 오는 편지마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예전에

저질렀던(?) 자신의 철없음을 철철이 후회하며  다른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제대하도 할라치면 부모를 업고 다닐양으로 군대효자를 자청하고 있거든요.

제대하면 길어야 한달만에 배반하고 여자친구나 만나거나 용돈이나 주는 기계

취급을 한다는 선배 어르신들 얘기를 줄곧 들어왔던 차이지만,

그땐 그때고 어찌됐던 지금 난 아들의 사랑으로 눈물반 그리움반으로

밥을 먹지않아도 행복하다.

그러다 받은 또하나의 편지는 고지서가 들어있는 카드회사 봉투였는데

아들이름으로 온것이라 뜯을까 말까 하다가 혹시 하고 뜯어보고

나는 그만 으악하고 뒤로 넘어가며 '이놈을 그냥!'하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왜냐고요?

글쎄 군대가기전에 여자 친구랑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길래, 그까짓 사진이 몇푼이나 들까

싶어 그래라 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비용이 자그마치 사십오만이나 청구가 된것이다.

울그락푸르락

보고싶던 기억이고 사랑이고 뭐고

에미도 돈앞에선 욕이 나오더라고..

 

이미 철새는 날아간 뒤라 그만 서둘러서 돈부터 입금을

서둘러 해 주었지만

꼭 배신당한 기분만큼은 안 가라앉더라고..

 

그러던 차에 군인간 아들이 하루 특박을 나올수 있다고 지방이니까 비행기표를 미리

예약을 해 두셨으면 하고 연락이 왔길래

아 잘됐구나

아빠가 회사에서 여름휴가를 받았는데 군대간 아들이 이더운 날 고생을 하는데 휴가는 무슨 휴가냐 했던 참인데 그런 연락을 받고서, 이참에 아들한테가서  함께 데리고올테니 비행기나

타 보자는 심산으로 멋지게 비행기표를 예약을 하행편두장 상행편세장을  해 놓고

아들에게 소식을 짠 하고 보냈더니

아들놈이 전화를 밤에 1분 통화할수 있는 짬을 냈다고 하며 하는 말이

아빠대신 애인을 내려 보낼수 없느냐는 거야

전화를 받던 남편을 옆모습의 모습은 차마 볼 수 가 없을 정도로 민망 그 자체...

 

우린  또 떨리는 배신감에 젖었지만

할 수 없이 애인의 이름으로 비행기 예약표를 바꿀 수 밖에..

 

으아!

부모의 끝없는 이해심을 어디까지 가야 할까

 

그래도 우린 아들을 보려는 기대감에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네.

그리고 드디어 내집에 들어온 '새까만 김상사'가 아닌 '새까만 훈련병'은  잇속만

하얗게 보일뿐 아주 낯선 이방인 같았지만 난 뛰어가 껴안고 뽀뽀를 마구 퍼 부었지

 

진한 인민군 냄새같은 역겨움과 흙냄새를 없애려고 군복을 비비고 두들겨서 피죤에

담그고 다려서 밤새워서 나는 옷과 소지품을 정리하는 동안 남편은 옛날 빛나던 솜씨를

자랑하면 군화를 열심히 실력껏 닦고 닦아 파리가 낙상을 하도록 하느라  정신없는

동안 우리아들놈은 친구들과 전화와 컴퓨터와 빠져 얼굴도 잘 못보았네.

그래도 우리 흥분된 가슴은 마냥 조-ㅎ아서 잠을 이룰 수 없었지.

 

다음날 일찍 여자친구가 찾아와서 그방 문이 닫기는 순간 부터 우리는

계속 그방앞에서 알찐 거리며 그방문이 열릴때마다 보이는 우리아들  얼굴을

부딪쳐 보려고 했지만, 아들은 친구와 무릎을 맞대고 얼굴을 닳을것 같이 안타까울

지경으로 다정하게 대화만 하는 거야.

 

그리고 갈 시간이 되고 헤어져야 할 때가 되자

난 그만 목이 찢어질것 같은 메임을 간신히 누르고 억지 웃음을 웃는 동안

아들은 잠시 나를 안아주고 그리고 친구한번 꼭 껴안아주고

그리고 아쉬운 얼굴로 자꾸 뒤돌아 보고 또 뒤돌아보고 했지.

누구를 더 보았을까...

난 그냥 나만 보았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이미 패는 저쪽으로 넘어 간것 같아보이네.

 

그래도 그 정신없는 일박 이일 동안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다 떠날 때가 되면

나는 집만 지키는 신세가 될 것 같아서

순간 외롭고 서러워 지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