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새벽녘에야 돌아온 남편은
점심이 다 되어서 일어 났다.
멍하니 바라 보는 시선은 고통에 많이 지쳐 있고
생명의 기한이 정해진 형수의 이야기 끝엔 눈물이 그렁하다.
때늦은 아침을 힘겹게 끝낸 그가 설거지를 해준다나.
뭐라 말도 하지 않고 가만 있기로 했다
그저 해 주고 싶다는데...
초라한 그의 뒷모습과 어울리지도 않게 노래도 흥얼거린다
부쩍 늘어난 흰머리가 처량함을 더해주기에
염색약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내려 앉는 듯하다.
언제부턴가 염색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새치가 점령을 한 남편의 머리카락
올올이 빗겨 내려 가면서
시간을 돌려주기엔 그도
나도
검은 색에 먼저 물이 들어 간다
새카맣게 타들어간 그의 속내를
어찌 할 수 있을까나.....
가진 것 보다
더 많게 정이 깊기에
모든 일엔 자연스레 중심이 되어 버리고
그에 못지 않게 마음도 약하기에
모진 말도 하지 못하고
힘겨움이 지나쳐 몸을 상하기도 다반사 이기에
하얗게 시간을 앞당긴 머리카락은
서글픈 자화상처럼 그에게 마주 하지만
그는 알기나 할런지
진동 하는 염색약 냄새도 아랑곳 하지 않고
청소기를 밀며 다니는 남편은
아마도 그 마음 속에 형수가 생각 나나 보다
얼렁뚱땅한 마누라
철 없는 아내가
그래도 아직까진
곁에 있는 것이 못내 행복임을
그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지도...
욕심은 몸을 상하게 하고
미련은 영혼을 갉아 먹게 할런지도
가진 것이 비록 눈에,손에
잡힐지라도
옭아 매지 말고 살고 싶다
그의 지친 마음에
그저 함께
손 잡을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