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다된 시각에 걸려 오는 전화는 두가지 케이스다 첫째는 시댁이나 친정에 탈이 있다거나 아니면 술취해서 번호는 맞는데 앞자리와 뒷자리가 뒤바뀐 잘못 걸려 오는 전화 라는걸 ..
자정이 다된 시각에 전화벨 소리가 막 불끄고 자려는 거실에 고요함을 뒤흔들었다
고3 둘째 아들이 받음과 동시에 정색을 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더만 에미인 나를 바꿔 주면서 누군줄 맞추어 보란다.
아들의 표정을 보니 일단은 나쁜 일인 아닌것 같고 동그레진 내눈을 보더니 둘째 아들이 전화기를 손으로 막고 낮은 목소리로""외 할아버지..외할아버지....""한다.
친정 아버지라....나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아버지가 늦은 시간에 전화을 건것도 놀랄 일이지만.나 결혼 하고 22년동안 아버지의 이번 전화는 아마도 서너번째의 전화 여서 난 정색을 하며 받아야 했다
"""어..아버지...무슨일인교??"""
""내가 말여....감포 갈일이 있어 니그집에서 하루 자야것다..""
연일 정씨 일가가 모여 사는 감포에 벌초겸 문중회의차 오신다는 거였다.
그럼 그러치 ....일부러 딸네집 오시는게 아니고 내가 필요해서 오시는구나...아버지의 딸네집 방문은 세번째 방문 이셨다
첫번째 방문은 나 새댁 시절 너무도 고된 시집살이에 내가 한계를 느끼고 탈출 하려 했던 위험 수위에 딱 한번 나를 위해 엄마하고 오셨더랬다 그당시 아버지는 내 시부모님께..
""내 여식이 모자르니 사돈께서 그러시는것 아닙니까..다시 데려가 일년정도 교육 더 시켜서 다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버지의 한마디 말씀에 조선 천지 똥구멍 아래 없을 거라던 밸나다고 소문난 시 부모님의 항복을 받아 내신 기억..서슬 시퍼렇던 시부모님은 "'아고 사돈요 쟈 더 가르킬거 전혀 없니더..내 주사가 문제지요 문제..'"
딸을 위해 딱 한번 포항 오셔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 주시고 ..나머지 두번의 기억은 문중 회의차 오셔서 하룻밤 억지로 주무시고 가신것도 서운햇지만 아버지는 아들딸 차별을 철저히 하신지라 나는 내 아이가 커가면서 아버지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딸이였다.
나는 아버지란 존재를 엄마가 5년전 돌아 가신 이후에 거의 잊고 살다 시피 했다
아니 잊고 싶어 했던 둘째 딸인 나는 아버지와 사사건건 요 몆년새 부딪치는 일이 잦었다
그래도 아버지의 세번재 방문에 애써 덤덤 한척 해도 속마음은 땡기는 천륜의 끌림을 어쩔수가 없었는지 이튼날 정확한 포항 도착시간을 알고 싶어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정확한 도착 시간이 몆신겨?그래야 내가 마차서 나가죠...""
""허!!그거 알아 모해!!내가 어련히 포항 도착함 전화 안할까봐..흥!!""
아버지는 늘 이랬다 정확성이 없고 심이 흐린 아버지는 고인이 되신 엄마의 헛빼통을 디집어 놓으신곤 했는데 정확한 기차 시간을 알려는 내게 아버지는 면박과 함께 내 비위를 거슬려 놓으셨다.
나는 아버지와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골치가 찌근 찌근 거려왔다.
오시는 날에는 남편도 숙직 애들도 밤늦게 오는데 부녀지간의 어색함을 극복할 자신 없던 나는 인천 사는 언니에게 지원 요청을 해야만 했다
"'언니야...아버지 내일 오신다는데 나 아버지랑 한바탕 부디칠것 같다 오늘도 기차시간 때문에 부디치게 직전까지 같다 조짐이 안좋다 단둘이 거실서 앉아 있을 생각 하니 아찔하니 언니야가 쩜 온나...""
늘 아버지와 나의 만남은 살 어름을 걷듯 늘 위태로웟기에 언니는 나의 지원 요청에 언니는 음식 잘하는 형부를 대동 하고 온다는 전화를 5분후에 받고 휘파람을 휘휘 불었다.
나는 아버지를 싫어 했다
나는 아버지의 주위에 서성이는 여자들때문에 더욱더 아버지를 싫어 했다
나는 아버지의 일방적이고...괴팍 스럽고 ...권위적이고..아들과 딸을 차별 하시는 아버지가 내나이 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넘기면서 갈수록 아버지를 몹시 싫어 했다
그보다 결정 적인것은 엄마의 죽음이 아버지로 인한 것이기에 엄마의 죽음은 곧 딸인 내게 부녀지간의 정을 3년정도 끊어버린 계기가 되었던 던 적도 있었다.
아버지가 가르쳐 주지않는 포항 도착 시간을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누르며 철도청에 체크하고아버지가 도착시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정확한 시간에 아버지를 찾아 낼수있다는 나의 똑똑함을 알리고져..ㅎㅎㅎㅎ 이튼날 한치에 오차도 없이 아버지가 도착해서 터미날 공중전화 박스에서 딸에게 전화를 거는 아버지를 발견 했다..
아버지의 뒷모습은 뜨거운 여름 햇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깡마르고 건조한 아버지의 뒷덜미의 깊이 패인 주름과 홀로 사시는 아버지의 덜 다려진 와이셔츠에 꾸깃 꾸깃하고 후쭐근한이미 늙어 버린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독거 노인에 초라함을 볼수가 있었다.
당신이 가르쳐 주지도 않은 도착 시간을 30초 차로 부르는 내게 아버지는 놀라는 빛이 역력함과 반가움과 어색한부녀지간의 상봉 연출 되엇다,
김밥 한줄로 허기를 달래시고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70대 노인은 잠시 쉬어 가자며 인도블록 에 쪼그리고 묵묵부답 담배을 뻐끔뻐끔 태우고 나는 어색해 괜히 차 열쇠에 달린 초록색 개구리 인형만 조물조물 거려야 했다.침묵을 깨긴 깨야 하는데 이분위를 얼릉 모면하거나 쇄신 해야 하는데 머리를 쓰다
나는 다짜고짜..""아버지..백화점 가시더..그 옷차림으로 내일 감포 문중 회의에 어예 가심니꺼..바로 백화점 가시더..'""
딸인 나의 말에""허!!이나이에 금으로 치장 한다고 때깔이 나냐??금땡이로 둘둘 말아도 폼안나..씰데 없는 짓말고 바로 니그집으로 가자!!다 늙어서 옷은 무신 옷..돈도 썩었네..흥!!""
""아버지 ...내일 저하고 감포 문중회의 가실거죠?아버지를 생각해서가 아니고 내 체면 생각해서 옷 사드려 하는거니 백화점 가시더 딸 욕멕일 일 있어요..""
나역시도 끝까지 아버지를 배려함이 아니라고 내 체면 때문이라고 강조를 강조를 하는 나역시도 발효가 덜된 인간 중에 하나 였다
이럴때는 묻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 아버지 식대로 불도저 식으로 밀어 부치는 노하우를 터득한 나는 백화점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몰아 버렸다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주차표를 받고 차를 파킹 하는 내게 그제서야 백화점임을 눈치챈 아버지는 조금전에 면박을 포기하시고 순순히 따라 오셨다.
나는 딸에 필요함도 딸에 소중함도 상기 시키려고 아버지가 입고 오신 초라하고 낡은 옷들을 벗겨 내고 회색 남방에 옅은 갈색 바지단을 가브라로 멋을 내어 삐까 번쩍하게 입혀서 거울앞에 세워 놓으니.. 아버지는""험....메이커 옷이 좋긴 좋쿠만..쫌 낫다야...낫네 나...험험.."""ㅎㅎㅎ
백화점 카드로 계산 하는 딸에게 ""카드가 말여.카드가 큰 문제여!!이 카드때문에 망한집이 한둘 아녀..!'"꼭 한마디 하시고 넘어 가시는 저 노인네에게 나역시도 만만치 않은 딸 답게
'"햐~~아버지 그래 입고 아버지 댄스하러 가시면 할마시들이 오거리서 육거리 까지 줄 서겟다 ...줄.."""
에스컬레이터 옆에 스텐 기둥에 비쳐 지는 당신의 변신한 모습을 딸이 볼새라 힐끔힐끔 훔쳐 보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조금전 터미날에서 금을 칠칠 감아봐라 효과있나 하시던 아버지는 찾아볼수가 없엇다.
의외로 부녀지간은 위태위태한 평소에 분위기와 달리 화평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서울 사는 여동생이 엽기 부녀의 만남을 궁금해 한 나머지 집으로 전화가 왔다
""언니 언니...지금 아버지랑 어떻게 하고 있어?""
""응...니그 아버지....거실 쇼파에 댓자로 누워 계시지모...""
여동생은 유난히 부디침이 많은 부녀지간의 상봉을 걱정반 궁금증 반 재미반 물어 본다.
우물쭈물 하는 내게
""언니야...1.2.3.으로 말해...1..<둘이 화기애애하다.>2..<어색하게 티비만 쳐다본다>3..<한바탕 붙어 설전을 벌인다..""
하하하하~~~동생의 장난기 있는 질문에 내가 까르르 넘어 가니 아버지가 의미도 모른채 따라웃는다..
나는 간단히 ""1번..."하니 아버지는 1번이 모냐고 물으신다...헤`~~
그리고 잠시후...종동서에 전화다.
낮에 내가 친정 아버지 오시는데 아버지가 내 속 디집어 놓을까봐 머리가 딱딱 아프다고 동서한테 그랫드만 종동서가 동생에 이어 확인 전화가 왔다
""형님요...부녀지간에 풍경이 어떤겨..??내가 갈껴??난여 형님 친정 아버지 진짜 궁금타요 '"
종동서도 까르르르~~~넘어가드만 귀여운 부녀지간이라고 한번 뵙고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면서 가도 되냐고 묻는다..
이렇게 부녀지간의 단둘이 만남은 나를 알고 아버지를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 이였다
아버지의 새옷을 옷걸이에 구겨질까 조심스레 걸어놓고
지원조로 급히 투입된 인천 사는 형부와 언니의 대전 쯤 왔다는 전화에 ...
우리 엽기 부녀는 유난히 달달한 포도를 똑똑 따먹으며 뉴스를 보며 수준 높은?시사문제를 토론 하고 있었으니...
아버지..
미워도 했는데
원망도 했는데
외면도 했는데
그러나...
공중전화 박스에서 쪼글쪼글한 까맣게 탄 전화기를 붙든 아버지의 손에서
메마르고 건조해 주름이 깊게 패인 아버지의 목 주름을 본순간
나름대로 다리고 입고 오신 낡은 흰남방과 까만 바지에 선이 두개로 곁친 아버지의 다리를 보는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한숨이 나왔으니 천륜은 끊고 싶다고 끊어 지는게 아니라는걸
나는 아버지를 속속들이 미워하지 않은것 같기도하고
일박 이일의 일정을 마치고 떠나시던 어제..
형부에 승용차 뒷좌석에 유리로 넘겨다 보시는 배웅하는 딸을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눈빛에서
""딸도 있어야혀..아들 만이 자식이 아녀..암 암..'"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이건 나의 착각인가 ?꼭꼭 숨겨진 아버지의 마음을 다음에는 만능키로 열어볼 참이다 꼭..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