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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 유년의 기억...


BY 라라 2003-08-22

한낮의 무더위도 잠시 사그러지고
가끔씩 산에서 내려오는 골바람이
제법 서늘한 한여름밤에...
문득 떠오르는곳 있어... 내 고향 `용석리`
어려서 무척이나 향수병에 시달린터..
방학만 하면 쪼르르 달려가곤 했던곳이다.

방학하는날로 청량리역에서 중앙선 기차를 타고
정거장마다 손꼽다 보면 제천역에 도착한다.
제천에서 태백선으로 갈아타고 아주 작은 기차역인
입석역에 내려, 함께 내린사람들 틈에 끼어 길을 걷는다.

새로산 레이스달린 밀집모자를 쓰고 등에는 책가방 메고
손에는 옷가방을 들고 꼬불꼬불 시골길을 걷노라면
콧등에 땀이 송송 배어나온다.
내성적이라 수줍음이 많은 나는 누군가 말을 걸을까
내심 조마조마하면서도 한적한 시골길에 동행을
놓칠세라 바짝바짝 따라갔다.

강원도 영월군과 충북 제천군의 도경계 지점인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두 장승을 세워둔
고개에 도달해서 굽이치는 강물을 내려다보면
가슴이 설레다 못해 뛰어서 숨이 멎을것만 같았다.

고향집이 가까워 올수록 동행하던 이들은 하나둘씩
길이 갈리우고 마지막 고향집 앞의 강가에 도달하면
난 늘 혼자가 되기 십상이었다.
`두멍소`를 지나 강변 풀밭에 메어놓은 황소들의
눈총을 살살피해 겨우 나룻터에 도달한다.

강건너 나루터에 배 한척 둥실 떠있고,그 조금위 풀밭에
볏짚으로 만든 낡은 뱃사공 쉼터가 보인다.
사공은 `배 건너 주오~`라는 소리가 들릴때까지
그곳에서 달콤한 낮잠을 잘터...
난 물가 고운 모래밭에 수 많은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하며
누군가 배를 건너 오거나,건너 갈 사람이 올때까지 앉아 있어야했다.

"방학이라 내려오는구나" 하시는 뱃사공 아저씨의 반가운 인사...
울 할아버지 제자이시라며 영특하게 생겼다며 머리 쓰다듬어
주시던 고향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도 못들던
부끄럼쟁이, 소심쟁이 나였다.

집에 도착할동안 논과 밭이나 길에서 마주치던
고향 어르신들의 반가운 미소, "할머니~~"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나오시어 안아주시던 할머니의 옥양목 치맛폭 내음,
부엌에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시다가 한손으로 땀을 씻으시며
빙그레 미소지으며 반겨주시던 작은어머니의 인정어린 모습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르고 그리웁기만하다.

이젠 고향에 가도 그분들의 모습은 뵐수가 없지만...
내 마음의 고향엔 내가 숨쉬는 그날까지
늘 추억과 그리움으로 함께 하실것이다.

가고싶다...그곳에...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