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계절을 접는 신작님의 마음이
오늘은 비를 품은 구름처럼 무거운가 봅니다.
장미가 피었는지 모르게 저도 5월을 접습니다.
시골인 여기는 장미는 눈에 뜨이지 않고,
하얀 메밀꽃이 누렇게 시들어 가고 있지요.
늦가을이면 마당에 쌓여가는 감잎파리들을 싸리빗자루로
쓸어 담는 일이 일과였지만,
요즘은 감꽃이 점점이 떨어져 있는 마당을 쓰는 일이
하루 중 아침을 여는 날들입니다.
감나무 잎사귀를 거치며, 한껏 더 산소를 품은 바람이
제 허파를 한바퀴 맴돌아 칙칙한 맘의 찌꺼기를 싸안고,
한숨으로 토해내 차분하게 맘을 정리합니다.
내내 흐리던 하늘이 지금 첫비가 되어
마른 흙먼지냄새가 창을 지나 제 코끝에 와닿습니다.
그동안 깊고 좁다란 우물속에서 살았습니다.
하늘이 100원짜리 동전만하게 보이는 우물속에서 살았습니다.
바깥세상에 나가고픈 생각조차도 없이,
누가 두레박을 던져주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이,
그 캄캄하고 축축한 곳에서 그냥 맥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내안의 살고자 하는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했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두레박도 없이,
우물밖으로 훌쩍 나와버렸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아스팔트 길을 달렸습니다.
푸르게, 푸르게, 짙고,짙게...
가로수와 풀나무들은 왕성한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었지요..
내가 우물안에 멈추어 있는 사이..
아스팔트 양가로 푸르른 신록이 바람에 살랑살랑,
오토바이 타고 지나가는 나를 반겼어요.
어이, 도가도, 오래간만이다. 요즘 좀 뜸했네? 하면서...
그럼 나는
어, 그래. 요즘 너희들이 이렇게 싱그럽고 탄력있게
푸르름을 자랑하는지도 모르고 내안에 갇혀 지냈네...
너희들을 보고 감탄할 수 있을 수 있게 감옥에서 탈출했지...
근데 언제 또 날 잡으러 올지 몰라...
그들이 날 잡지 못하게 너희들 속으로 꼬옥 날 숨겨줘...
알았다고 신록은 또 바람따라 고개를 끄덕입니다.
머리를 잘랐습니다.
10년동안 긴생머리를 고수했던 제가 단발컷트를 했습니다.
잘라져 나간 머리만큼, 가뿐해지고 상큼해진 거울속의
나를 잘했다는 미소로 반깁니다.
오렌지빛으로 머리를 물들일까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면, 훨씬 더 생기발랄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또다시 우물속에 갇히는 날이
며칠이든, 몇달이든 연장이 될 것 같습니다.
후리지아님 말처럼 살아내는 일은
자기를 잘 다스리는 일이므로,
저는 그렇게라도 제 삶을 다스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