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월급날이 되면 남편은 필요!
그 월급
나는 한푼 아끼느라 아둥바둥이는데
자기는 술집 카드 몇십장 될땐 남편은 악!
도대체 한달 전화요금이 이게 말이돼?
여자들 화장품 값은 왜 이렇게 비싼거야.
하여간 여자들 허영이란...
옷값은 또 왜 그렇게 거품이 심한건지..쯧쯧..
역시 남편은 악!
그래도
내 생일이라고
결혼 기념일이라고
친정에서조차 잊고 있는데
챙겨서 케?恙?조그만 보석 사들고
어깨에 힘주고 들어설땐 역시 남편은 그래도 필요!
나는 세살, 두살 연년생 데리고
이 화창한 봄에
19층 감옥에 갇혀서 죽을똥을 싸고 있건만
지는 5시 땡 퇴근해서
술집으로 직행하는 남편 정말 악!
하루에도 두세번씩 애기들 안부 묻는 전화만 해대면서
정작 휴일날 아들놈 놀이터 상대 10분을 못해주고
안들어올려고 발버둥치는 애 엉덩이 때려서 울려 들어오는
우리남편 역시 악!
박찬호 야구볼려고는 새벽5시에 일어나도
애기 울음소리엔 죽어도 못 일어나는 남편은 악!
남편은 휴일이면 방바닥이랑 등맞추고 TV랑 눈맞추고
나는 휴일이면 더 죽어나건만..
둘째애 옷은 손빨래고 삶아빨고
봄맞이 침대시트 다 걷어 세탁기 두번 나누어 돌리고
어른옷 세탁기 한번 더 돌리고
옷장 서랍장 겨울옷 넣고 봄 여름옷 꺼내길 반나절
허리 한번 펼 틈 없이
젖병소독에 설겆이, 베란다 청소, 쓰레기 정리
틈틈히 엄마 쉬게 될까봐 심심치 않게 울어대는 두 애들
남편놈 나쁜놈 악악악!
엉덩이 이제사 한번 붙여볼까 하는데 남편 하는말
"아참
우리부서 다음주에 1박2일로 야유회간다"
"....."
남편은 할거 다 하는구나.
애가 하나든 둘이든
애가 아프든 안 아프든
지는 할거 다 하고 사는구나
평일날 서울서 하는 동창회도 가고
이틀에 한번씩 무슨일 있어도 술집 출근부 도장찍고
하루저녁에 3차까지 꼬박 마셔대고
봄이면 야유회도 가고
여름이면 단합대회도 하고
가을이면 체육대회도 하고
겨울에는 회사 등산도 가고
지는 할거 다 하는구나.
하기사 명절이라 대구시댁 내려가도
두 연년생 데불고
나는 죽어라고 찌짐 부쳐대고
지는 오랜만에 고향친구들 만나러 나가는
남편은 아무리 생각해도 악!
하루종일 죽어라고
애들보고 집안일에 눌려 죽을지경인데
양쪽 눈이 일미터는 들어가고
양쪽 볼따구니가 중간에서 만날 지경인데
애들 조금만 긁히고 아프면
좀 신경써서 보라고
애들 방치하는거 아니냐고
꼭 싫은 소리 한마디씩 해야 직성이 풀리는건지
내가 남의 애 봐주는 보모도 아니고
한달을 이렇게 살고
일년을 이렇게 살아봤자
남편은 술값 척척
난 화장품값 한푼에 벌벌
내 인생은???
남편은 회사서 승진 척척
나는 거울보면 10년은 늙어보이는 모르는 여자가 꺅~
내 인생은???
남편은 무스에 청바지에 뺀질뺀질
나는 애기들땜에 화장도 해롭다고 못하게하고
같이 외출하면 다섯살 차이나 나는 우리 부부 동갑이냐고?
내 인생은???
그런데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한번쯤
내가 죽도록 아플때 월차내고 달려오는
남편은 역시 필요!
매달 꼬박꼬박 통장으로 입금되는 월급을 보면
그렇지 남편은 역시 필요!
주말에 우리 가족 모두 외식하러 갔다 돌아올땐
역시 남편은 필요!
기저귀에 분유에 세봉투씩 들고 마트 갔다올땐
역시 든든한 남편은 필요!
일년에 한 두번 에버랜드 갔다 올땐
역시 남편은 필요!
내 자식 이쁘다고 입맞추고 난리 칠땐
역시 남편은 필요!
이세상 어느 누가 내 자식을 이만큼 사랑해줄까
역시 남편도 그 생각으로 날 봐주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우리들의 자식이 있기 땜에
우리 두사람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소중한 존재가
우리 두사람의 공동 소유란 공통점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