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어느 님의 도둑에 대한 "눈뜨고 코베가는 세상"
글을 읽으니.. 잊고 지냈던 지난 일이 생각납니다..^^
지금부터 5년 전..벛꽃 만발한 4월달의 어느 날.
저는 집밖으로 외출은 거의 불가능하신 어머니를 용기있게
모범택시로 모시고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반나절을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춤추는 홍학들이며 기린. 낙타. 코끼리도 보았습니다..^^
꽃구경, 동물구경. 새구경 실컷하다가 집에 돌아오니..
그깟 몇시간 휠체어 밀었다고 팔이랑 어깨가 뻑적지근하고 고단해서
어머니와 일찍 집안에 불도 안켜놓고 곯아 떨어져서 잠이 들었습니다.
밤 9시. 켜놓은 라디오에서 시보가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는데..
거실쪽에서 이상하게 저벅저벅..사람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라 이말입니다.
그러면서 건너방 서랍장을 여는 소리하며..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관문도 꼭꼭 잘 잠갔는데. 우리집에 들어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이층 아가씨인가?
일. 이층 내부게단은 통해있어도 각기 다른 현관을 사용하기에
아래층 우리집으로 내려올 일이 없는데..
집에 불이 켜져있지 않아서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확인하러 내려왔나?
이렇게 생각하고 별 생각없이 무심코 안방문을 열고 거실에 나가니까..
시커먼 어둠속에서 빨간 후레쉬 불빛이 제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도둑 이었습니다!!!..
시커먼 어둠속에서..점점 누군지도 모를 범인이 제게 다가오는데..
집안에는 병드신 어머니만 누워 계시고..아무도 저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 혼자서..무지막지할 도둑을 상대해야 하다니!..
제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강도로 돌변할지도 모를 절대위기의 상황!!
숨이 턱턱 막히고 등골에서 식은 땀이 나면서 머리가 쭈삣섰습니다.
저는 절대로 무슨일이 일어나도 어머니를 해치게 둘순 없다.
어디 너죽고 나죽자는 마음으로 도둑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면서
두주먹을 불끈쥐고 덤비기만 해봐라..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때 빨간 후레쉬 불빛을 비추면서 제게 다가온던 도둑이
저를 피해서 옆의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주방문을 꽝하고 닫아버렸습니다.
그가 흉기를 가지고 다시 튀어나와서 덤빈다면?...
저는 저혼자 보다는 이층에 있을지도 모를 아가씨라도 불러서
같이 대항해 보고자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머리속에서 생각난 것이..
절박한 이 상황에서는 말할때 단어를 절약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둑이야~~ 는 4글자. 강도야~~ 는 3글자니까
따라서 부르기 편리한 강도야~~~~ 로 외치자..ㅋㅋ
"현미야~~ 현미야~~ 강도야~~ 강도야~~ "
공포심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상황에서도
미친듯이 고래고래 악을 악을 섰더니만....^^
이층 사람. 지층사람, 옆집 사람들 다 튀어나와서
도데체 아닌 밤중에 웬 소란?..그러더군요.
저는 비록 몇분간 이었지만 혼자서 천국과 지옥사이를 왔다갔다 했는데..
한집에 살면서도 다른 층에 사는 사람들은 다들 모르고 신나게 TV만 보고 있었더랍니다..^^
다행히 집안에 들어온 도둑은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고 ..
추측컨데..그당시에 우리동네를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털던 청소년 좀도둑으로...
우리 주방 창문을 뜯고 들어왔다가 다시 그곳으로 도망쳐서 가버린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동네사람들에게 도둑이야~~ 4글자 와 강도야~~ 3글자
사이에서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배를 쥐고 웃더군요.
그 와중에 그런생각이 나오느냐구요..^^
몇주가 지난후에 경찰서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펼친 후부터는
지금까지 평화로운 동네가 되어서 잘지내고 있습니다.
그 후에..저는 재빨리 방심하고 지냈던 창문마다 방범창을 해달았고
항상 집안의 문단속을 철저히 하면서 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턱턱 막히고 목이 죄어오는 공포와 혐오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제가 배운 교훈은 항상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과.
어둠 속에서 낯선 침입자와 대면했을때는 무작정 소리지르지 말고
냉정 침착할 것이며. 불을 켜서 서로의 얼굴을 보지않는게
서로에게 득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여러분들은 절대로 이런 경험은 하지마셔요. 건강에 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