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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전 동의 없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하여 분노한 남편 사건을 보며 이 부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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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6

묻지마


BY cosmos03 2002-05-04

새벽에 남편이 나를 깨운다.
어제 고사리를 꺾으러 비온뒤의 산을 헤집고 다녔더니
몸이 천근이나 되면서 눈이 안 떠진다.

" 왜요? 무슨일인데요? "
" 저기...카드 어디있어? "
" 무슨카드? "
" 응 외환카드 "
" 건 왜? "
눈도 뜨지 않고 입으로만 남편에게 나는 묻는다.
" 저기...돈이좀 필요해서 "
" 무슨돈이 얼마나 필요한데? "
" 응 조금돼 "
" 조금 얼마니 인지는 몰라도 거기 서랍장에 있어 "
" 응 알았어 근데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지? "
무척 귀찬고 잠은 계속해서 쏟아지고...
생각나는 대로 비밀번호를 말해주고는 났는데.
남편이 나가는 소리가 안들리는거다.
조용한것이 오히려 슬그머니 눈이 떠진다.
실눈을 뜨고 옆을 바라보니 남편이 쇼파에 앉은채 나를 내려다본다.

" 아직 안나갔어? "
" 응 "
" 근데... 돈이 왜필요해? "
" 묻지않았으면 좋겠어 "
" 그래? 얼마나 필요한데? "
" 응 이백만원 "
그말에...퍼뜩 정신이 들며 잠은 저멀리로 쏜살같이 달아난다.
" 어,어, 어, 얼마? 이백만원? "
이만원도 이십만원도 아닌 이백만원씩을 찾아쓰면서 묻지말라니...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백만원이면 자가가 한달을 하루도 쉬지않고 꼬박이 일하는날을 모두 채워도
되지않을 금액이었다.
그 이백을 벌려면 얼마나 똥이 빠지게 움직여야하는데...
묻지말아달라니.
기가 막히다는 표현외엔 달리 할말이 없었다.
" 세상에 어떻게... "
" 당신 모르는게 좋아. 그러니 알려고 하지마 "
" 기막혀, 기막혀 "
난 정말로 너무도 놀라 내 입에서는 그말밖에는 나오지를 않는다.
" 결제일이 언제니? "
" 17 일이야. 다음달 17 일까지는 갚아야돼 "
" 으~응 그렇구나 실수하지 않고 그날자에 꼭 넣을께 "

무얼까?
어디에 필요한걸까?
사고라도 친것일까?
아니면 누구를 꿔주는 걸까?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물엇지만.
난 남편의 요구대로 더는 묻지를 않았다.
카드를 빼앗고도 싶었고
육탄전을 벌여서라도 그돈의 용도를 알아내고 싶은마음 간절햇지만
물어볼수가 없엇다.
너무도 남편의 태도가 확고도 하였지만.
물고 늘어진다는것이 내 자존심을 건드린다.
아침밥도 먹지않은채 나가려는 남편을 붙들여앉혀
급히 밥상을 차려왔다.
몇수저 뜨지도 않고 깨작거리다가 수저를 놓아버린다.

그리고
온다는 간다는 말도 없이 남편은 집을 나갔다.
아마도 오늘은 일을 하는날이니 일을 하러 나갔겠지...
그리 생각을 하려해도 심사가 뒤틀린다.
몇번을 전화기를 쏘아보았고
울리지 않는 벨소리에 무작정 들었다 놓기도 몇번...
믿어야하는데.
믿고 살아야하는데.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내 머리속은 온통 벌집을 쑤셔놓은거 같다.
액수의 많고 적음 보다는 그 돈의 행방이 그리도 궁금한것이다.
선은 이렇고 후는 이러해서 내가 돈이 조금 필요하다면.
내가 왜 못쓰게 하겠는가?
평생을 자기가 벌은 돈인데...
그리고 신용카드의 수수료가 좀 비싼가 말이다.
조금 싼 이자로 돈을 구할수도 있고.
아니면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 이자로 융통을 해도 되는데
왜 그리 비싼 수수료를 물어가면서 그리도 급히 돈이 필요한것일까?

아침에 나간 그 후로 지금 이시간 까지 전화 한통화도 없다.
물론 나 역시도 하지를 않았다.
초연한척~ 태연한척을 해야되니...
하지만 그것은 말그대로 척 에 불과하지
실상 내 마음은 무척 복잡하다.
부글부글 지글지글...
별거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말못할 무언가가 있을꺼야
한쪽의 생각과
이 인간이 이 화상이...
죽을려고 환장했나? 막 되먹어지는 생각과.
진통제 한알을 먹었어도 두통은 가라앉지를 않는다.

히유~
한숨만...한숨만에 방구들 꺼지겠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내가 무얼 말하려는지
알수가 없다.
넋두리인지, 푸념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