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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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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BY 반숙현 2000-06-28

내가 서울 신림동에서 이곳 의정부로 시집올때만 해도 이동네에는 할머님들이 많이 사셨다. 처음 시어머니께 인사차 온 날에도 동네 할머니들이 우루루 몰려와 창경원 원숭이 구경하듯이 나를 힐긋힐긋 보시곤 저마다의 잣대로 시집올 색시를 재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처음 와보는 시댁이지만 나이찬 색시여서 부끄럼도 없이 부엌으로 나가 설?ㅐ堅琉㈎?담겨진 그릇들을 씻어서식기대에 엎어놓곤 등뒤에 꽃히는 따가운 시선에 몸둘바를 모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지만 그때만 해도 할머니들의 노골적인 시선에 어찌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석달후 시집이라고 와서 부터 동네 할머니들의 시집살이와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는 시작됐다. 봄이 되면 할머니들은 산으로 들로 취나물이며.고사리를 꺽어 오셨다. 우리 시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어서 나는 어머님이 해오는 나물중에 고사리는 데쳐서 말리고, 취나물은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명절이나 생일이 되면 반찬에 쓰시곤 하셨다.

난 태생이 서울이라 그런일은 처음 해 보는 일이라 힘이 들였다.
그리고 고추가 빨갛게 익을 철이 되면 이곳은 또 집집마다 고추를 사서 누가 제일 빨리 잘 말리나 내기가 시작된다.
우리 시어머니는 성격이 꼼꼼해서 하루종일 꼬추곁을 떠나시지 않는다. 대개 집들이 다 그렇지만 요새는 마당들이 넓은 집들이 없지 않는가? 그래서 고추말릴철에는 골목골목이 완전히 빨간꼬추로 디덮어서 시집살이 고된 새댁의 눈에도 빨간꼬추가 아름 다운 꽃밭처럼 눈 부셨다.

고추말리는 동안에는 동네 며느리들의 음식솜씨가 펼쳐진다.
우리집에서 하나 건너 사시는 미화할머니 며느님은 호박전을 구수하게 잘한다. 호박에서 오징어를 채쓸어 넣고 고추랑 부추를 넣어 지저 내오면 온동네 할머님들의 입들이 바빠진다.
하나같이 집앞 그늘진터에 자리를 깔고 앉으셔선,오가는 사람들 평가는 다들 하신다. 나는 새댁이라 시장이라고 갔다 오늘 길이면 그앞을 지나치기가 낯이 뜨겁다.

난 그제나 이제나 인사를 잘한다. 어른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에 산 덕분이리라. 우리 아이들도 나를 따라서 인사를 잘도 한다. 이런 점은 나이 잡순 할머니들에게 배우는 산교육일거다.

한가지 안 좋은 일은 구설수가 많다는거다. 말한번 잘못하면 입에서 입으로 퍼저 나중에는 말한 본인에게로 온다. 나도 시집온지 얼마 있다가 구설수에 말려서 엄청 시어머니께 혼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젠 시집온지 어연 15년이 되어서 일일이 시어머니가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지 않으셔도 알아서 잘하는 며느리가 되었다.
지금 어머니는 병석에 누워계시고 어머니 친구분들은 모두 저세상 사람이 되셨다. 평소 딸처럼 날 귀여워해주신 미화할머니는 우리 어머니랑 한살어린 78살로 작년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가게방할머니는 중풍으로 쓰러지신후(할머니는 그해 여름 꼬추를 60관을 말리셨다) 한달후에 돌아 가시고.어머니는 이젠 자기 차례라고 "왜 안데리고 가고 이렇게 고생만 시키는지 "하시면 미안해 하신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며느리들이 돌아가신 시어머니 대를 이어 꼬추를 말릴거고 다음 봄이 되면 기차를 타고 신탄리 , 대방리로 나물들을 갈것이다. 시어머님들이 하신던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