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미네소타에 계시는 아내의 외삼촌께서 전화를 하셨다.
곧 중국에 가셨다가 한국에 들리실 예정이라,
그 곳에 계시는 처가집 식구들의 근황을 아시고자 하셨다.
중국에는 왜 가시는가? 물어보던 아내가
갑자기 목소리가 이상해지며 눈 가에 이슬이 맺힌다.
처 외삼촌은 6.25 사변 직전에 미국에 오셔서
의사공부를 끝내신 뒤, 미네소타에서 마취과 의사로
활동하셨다. (7 년 전에 은퇴 하심)
미국 부인을 맞이하셔서 6 남매를 거느리고 열심히 사셨는데,
막내가 7 살 되던 해에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이혼을 하시고,
몇 년을 혼자 계시다가, 53 살에 병원일을 도와주던
21 살 연하의 미국 여인과 재혼을 하셨다.
둘째 부인은 애를 나을수 없는 몸이라, 두 분만 오손도손 살고 계셨는데,
어찌나 다정하게 사시는지 주위에서 모두 부러워하고 있었다.
오직하면, 나도 이혼하고 재혼 한번 해볼까 ? 하고 진담 반 농담 반 하는
얘기가 유행했을 정도니까.
그러나, 신의 시새움 이었을까 ?
5 년 전에 50 살의 젊은 나이에 처 외숙모께서 '치매'에 걸리셨고,
남편의 극진한 정성도 외면한체, 지난 1 월 초에 이 세상을 등지셨다.
부모님들 마저 3 년 전에 돌아가시어 외톨이 셨던 처 외숙모님은
'화장'으로 결정이 되어 한 줌의 재로 자연으로 돌아가신다 했는데...
외삼촌이 중국에 가시는 이유는 마지막 남은 '재'를
외숙모께서 살아생전 가고싶어 하시다가 못 가보신
몽고에 뿌리러 가시는거라 하셨다.
(외숙모님이 치매에 걸리기 전, 두 분의 공통취미는 여행이셨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거의 안가본 데 없을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니셨다.)
벌써 2 주 동안, 혼자 유럽을 도시면서 군데 군데, 외숙모께서
유난히 좋아하셨던 곳에 재를 뿌리고 다니셨다했다.
콧등이 찡해왔다.
80 을 바라보는 나이에,
옛 부인과 즐거웠던 여행을 생각하며
재를 뿌리셨을 외삼촌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깊고 깊었을 '아내 사랑'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나도 아내에게, 내가 먼저 "떠나게" 되면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나도 그 분 같은 호강을 받아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