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아침... 비가 내린다... 침잠된 분위기 속에서 밖에 내다 보이는 광경이 자못 분주스럽다. 새롭게 오픈하는 숙녀복 코너... 쇼윈도우에 DP(display)된 마네킹의 모습이 무척이나 세련스럽다. 역시 옷은 감각이 뛰어나야 손님이 들끓게 마련인가보다. 스포티한 청바지만을 파는 우리 가게를 보다 예쁘게 코디한 미시같은 주인을 보니....부럽기만 하다... 미시들을 위한 옷이라던데... 아....나도 저런 옷좀 입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안될까? 40하고도 중반이긴 하지만 그 나이를 거부하고 있는 나.... 웬지 나는 남들과는 다른 나이기를 원하는 내가 정상이 아닌듯..... 보는 이들로 하여금 들어보이지 않는 외향적인 모습과 긴머리가 그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가끔씩 학생들의 "누나"라고 불러주는 모습에서 한참 어려지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곤 한다. 지금의 내 나이... 사춘기 자녀를 두었고... 나역시 사춘기 당시의 엄마는 무척이나 늙게 보여졌는데.. 내 자녀에게 비쳐지고 있는 내 모습은 어떨지.... "엄마! 아이들이 엄마나이 말하면 엄청 놀래요.." "그러니? 몇살로 보는데..." "응....30대 같대..." 조금이라도 젊어 보인다는 소리에 입은 함지박만해진다. 아이들이 커가는 속도만큼 우리도 늙어 가는데 늘어지는 피부와 탄력을 잃어가는 육체들... 하나하나 빠져 나가는 머리카락과 윤기하나 없는 손... 속상하다... 모든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긴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세월의 흔적들이지만, 나만큼은 나 혼자만은 늙고 싶지 않은 욕심으로 꽉 차 있다면 그런 내 욕심이 과한 것일까...... 봄을 알리는 예쁜 영산홍 화분 하나를 직접 골라 전해주며... "부~~~자 되세요" 한마디 보태주고 온다... 파스텔 톤의 멋지게 진열해 놓은 옷들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커피 한 잔을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세월의 흐름.... 아쉬워 해도 어쩔수 없는 세월의 흔적들... 아.....정말.... 이대로 이 모습 이대로였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