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끓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녹차의 티벡을 준비해 두었어요.
녹차는 저보다는 사실, 제 친구 경숙이가 더 좋아하는데....
녹차만 보면 그 친구 생각이 나요.
며칠동안 들어오지 못해 섭섭했었는데, 다시 돌아오니 꼬옥 친정집 바닥이 지글지글 끓는 안방 같아서 참 좋네요.
다들 모이세요.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등허리를 붙이고서는 살아가는 얘길랑 돌아가면서 한번씩 해보면 어때요?
회사에서 시간 나는 틈틈이 글을 읽고 혼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는 지란지교님, 봄비내린 아침님,너무나 멋진 에르딩님, 바닷가에서 혼자 멋지게 살아 샘나는 옥경이님, 동해바다님, 새벽시장에 경매하고 펄펄뛰는 생선만 보고 사는 라일락님, 한복가게에서 일하시는 들꽃편지님, 아픈 사랑땜에 맘고생하신 개망초꽃님, 사이버작가 지기 놀웨이님, 다정다감한 공주님, 친근감이 물씬 느껴지는 바늘님,
어린 동생을 데리고 엄마꽃가게 까지 찾아온 얘기를 감동적으로 쓰셨던 greenfw님, 성공스쿨을 연재중인 여성시대님, 퀼트이야기의 밤하늘님, you8303님, 아줌마들 세상에 겁없이 넘나드는 우리의 영원한 호프 안진호님과 멀리 미국에서 우리는 지켜주시는 ps님, 더기님,사랑스런 후배 꼽슬머리님,요즘은 뜸해진 닭호스님, 넘 예쁜 다람쥐님, 글구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모든 님들....
다들다들 자리잡고 누워서 여기저기 구워가며 잼있는 얘기해요.
그럴 수 있으려나???
사이버세상이지만 다들 마치 한 아파트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이웃처럼 느껴지잖아요.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종일 종종걸음으로, 허튼 시간이라곤 단 5분도 쓰지않고 밤을 맞이하다보니 요즘은 뜨끈뜨끈한 구둘장에 엎져서 한가하게 만화책을 보며, 것두 싫증나면 낮잠이나 한숨자고, 엄마가 쪄주는 맛있는 고구마 먹고, 고구마 먹고 나면 김치에다 국수를 비며 먹었음 좋겠네요.
(으악!!! 진짜 침 넘어가네...)
오늘 밤엔 잠시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조금씩 한가해지기로 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뭐 잘못되는 것도 아닌데, 초조하고 불안하고, 속상한 일은 오늘은 이제 그만!!!
모두 내일로 미루세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고 하는 스카렛 오하라처럼요.
대신 잠든 아이들 머리맡에서, 아직 텔레비젼 옆에서 떠날 줄 모르는 남편옆에서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보세요.
얼마나 보드랍고 좋은 느낌인지...
(제 남푠은 아직 옆에 없지만요.)
아직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있는 걸까요?
그 시간만큼 많이 사랑하고 살고 싶네요.
길가에 피어나려는 새싹들, 하늘거리며 불어오는 아기같은 바람, 내 아이의 환한 웃음, 어떤 일이 있어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
하얗게 머리가 세어가는 부모님의 얼굴, 열심히 삶을 꾸려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
오늘만큼은 바쁘고 복잡한 일상은 잠시 던져버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사랑하는 사람곁에 가만히 앉아있기로 해요.
마음이 더 따뜻해지게요.
밤바람이 무척 좋네요.
그새 한결 틀리게 느껴지는 밤바람이 연인처럼 감싸주네요.
모두 푹 잘 쉬세요.
내일은 희망으로 가득 찰 거예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