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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엄마로 산다는 것


BY 청포도 2003-08-03

 

배 아프지 않고 아들 둘을 두게 됐어요.

큰애가 26세어른으로 연연생인 작은애도  25세의 청년이 됐었지요.

이즈음 가족의 인연을 맺어 산 12년의 새월을 한번 돌이켜 보게 됩니다.

12년전,  20대의 고개를 힘겹게 넘고,  30세가 되든 봄 목련의  환한 축복 속에  가족 들만 조촐히 모여 서로 인사를 한 후

"엄마 절 받으세요"

하며 큰 아들의 절을 받았을 때 쑥스럽기도 했고  생전 첨 들어보는 '엄마'라는 말에 눈밑을 금방 차오르는 뜨거운 눈물을 감추어야 했지요. 한 쪽 다리가 짧아서 걸음을 뒤뚱거려야 하는 남편과,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리라 다짐 했었죠.

간단하게 1박2일로 가까운 곳을 다녀온 다음 날 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이들 도시락 두 개를 싸서 보내고 시누이집 지하를 빌려 차린 탁구장에 가서 밤11시가 넘어서   지친 몸으로 집으로 옵니다.  설겆이와  빨레 청소 하느라 밤 늦게 잠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몸과 마음 모두가 고단했습니다.

세상 물정 아무 것도 모르는 30세의 시작은 처음부터 고달팠고, 이대로 그만 두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울컥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거기다가 아이들은 오락과 만화에 빠져 공부는 아예 할 생각을 안하니 희망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릴 수 없는 낙담에 빠져 버리고, 마음은 시퍼렇게 멍을 그려내고 있었죠. 어느 날  이대로 멀리 떠나리라  굳게 맘 먹고 떠나기 전에 친정 엄마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 늦은 밤 홀로 영세민으로 사시는 초라한 집을 찾아갑니다.하꼬방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벽을 기대면 나무 판자 소리가 나는 임시로 덧댄 방이지요.

80노인의 눈을 속일 수는 없나 봅니다. 금방 알아차린 엄마는 나를 붙들고 '불쌍해라"하며 

속 울음을 우실때, 난 그 모습이 서러워서 두 눈가득 넘쳐 흐르는 눈물을 흐르는 대로 그냥 둬 버립니다.서러운 밤은 한숨으로 채워지고, 인연의 질긴 끈을 모질지 못한 내 성격으로는 자를 수 없어 엄마께 괴로움만 지워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요. 

새엄마로 산다는 것은 모든걸 조금씩 포기하면서 사는 공부가 안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잘못한  일을 꾸중 하게 되면 마음에 상처가 남게 되고, 아물줄 모르는 그 상처는 두고두고 잊혀지지도 않는 혹이 되나 봅니다. 훈계하여 버릇을 고쳐야 하나 아니면 그냥 모른 채 넘어 가야 하는 갈등도 새엄마로 살아 가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죠.

남편은 병석에 누워있고 40대 초반의 난 남은 내 인생을 마저 포기하고 남편과 아들을 위해 지금 이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 할 때면 서글퍼 지지만 내 복이 이게 다려니 하고 주어진 인생을 지금처럼 앞으로도 살아가려고 합니다. 인생은 연습이 없고 주어 진 시간을 그냥 열심히 살 수  밖에는 없으니까요.다시 한 번 더 새 엄마로 살라고 하면 아마도 그때 난 독신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 열정으로 하고 살 겁니다.그리고 친정 엄마에게 좀더 신경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