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간 마당에 수국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푸른 보라 빛이 은근히 매혹적이다
문득 지난해 지리산행에서 그곳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웃음짓는다.
찬 물 한바가지 얻어먹으러 들어간 촌가의 할머니가 몹시 심난한 표정이셨다
물바가질 내 손에 건네주며 눈은 마당 귀퉁이에 붙어서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수국 다발을 보시며
(내가 저것들을 뽑아 버리고 말어 ) 하시는데 말 투 부터가 심상찮아 여쭙고 말았다
(할머니 왜 그러세요? 참 이쁜데)
(무에가 이뻐?!)
(저렇게 이쁜 빨간 수국은 흔치 않아요 할머니. 우리 집엔 매년 보라색만 피어서 서운한데요 )
내 말에 할머니 표정이 단번에 안스러운 빛이 서리며 혀를 차시며 하시는 말씀이
(우짜..??... 집에 일나게 생겼뿌??네....저놈이 보라?T이면 집에 우환이 생긴다는디..우짜?잉?)
촌으로 다니다 보면 꽃이나 나무에 얽힌 웃지 못할 믿음 들이 얼마나 많은지... 예를 들면 대문 옆에 버들이 싹트면 어른상을 치른다던지 집안에 대추 나무를 기르면 자식 농사가 안된다던지 하는, 그런 말에 이제 예사가 된 나는 은근히 또 하나의 믿음에 긍금증을 달고 여쭈어 보았다
(할머니 무슨 우환요?)
(식구중에 누가 병치례를 한다누만...가면 뽑아버려여 잉)
그리고 내 얼굴을 찬찬히 보시며 그러신다
(에구 그러고 보니 새댁 얼굴이 환자같구만. 아픈데 없이 시름 시름 아프제? 그게 다 그 놈의 꽃 때문이야 에구 ??.)
공연히 가여워 하시는 할머니 옆에 붙어 찬 물에 이어 옥수수 삶은 것 까지 얻어 먹으며 들어본 할머니의 속상한 이야긴즉 할아버지께서 언젠지 모르게부터 멋을 쫙 부린체 슬금 슬금 읍내로 자주 출타하시기에 알고보니 읍내 다방 마담에게 폭 빠지셨다는 것이다
은근히 속상한차에 이웃 할머니께 의논 삼아 이야길 했더니 그분이 마당에 핀 수국이 빨강색이면 씨앗 볼 징조라고 귀띔을 해 주셨다나?
(그런데 왜 안 뽑아 버리셨어요?)
(아,늙어서 투기한다 그러면 어떡혀. 내가 그 할멈한테 고런 이야길 안 했음 몰라두...)
할머님의 홍조 띤 얼굴이 붉은 수국보다 더 이뻤다
수국은 꽃의 성질이나 자라는 토양의 성질에 따라 하양 빨강 파랑도 있다 산성땅에서는 푸른 꽃이 알칼리성 땅에서는 붉은 꽃이 핀다 땅속의 알루미늄이 산성에 의해 녹아 나와서 꽃 속에 있는 안토시안과 결합하여 청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중성이나 알칼리성 땅에서는 알루미늄이 녹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붉은 꽃이 핀다.
남편의 바람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남의 집에 일이 생기면 공연히 잘 있는 나무나 꽃들을 잡고 이리해서 그런 일이 생긴다고 말을 만드는 이웃들이 트집잡기 딱 좋은 꽃인 것이다.
원산지가 일본이지만 꺽꽃이로도 포기 나누기라도 잘자란다 강한 햇빛이나 건조한 곳을 피해서
심어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것이다
그 할머니네 수국은 무사한지.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