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첨으로 이사가 시작됐다..
어릴적 늘 살아왔던 그곳에 싫증이 날무렵 이사 간다는 얘기를 들을때면 무조건
기분이 좋았었던 그때와 다르긴 달랐지만 이사는 예정대로 시작됐다..
그땐 내가 아니어도 알아서 이사가 착착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내가 알아서
이사준비를 해야한다는 사실땜에 마냥 좋을순 없었다..
아직은 사는 모양새 보다는 하고 싶은게 더 많고 보고 싶은거에 더 욕심이 많았기
때문에 준비하는 잠깐씩 짜증과 알수없는 불안감까지도 내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함께 잠자고 함께 한사람처럼 살았다가 두사람을 공평하게
닮은 아이까지 생기고 그래서 남들처럼 새집과 넓은집이 생겼지만 어쩐지 아직은
내것 같지가 않아서 요즘 내것에 적응하느라 필요한 이것저것에 사랑을 쏟아붓고
있는중이다..
첫번째 결혼은 늘 어렵고 헷갈렸었다..
여자만 살았던 집에서 남자랑 함께 살아야 한다는건 새로운 물건을 내것으로 길들이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내게 필요로 했었고 그래서 지금도 그건 내게 늘 쌓여가는 숙제였다.
어렵지만 언젠간 해야할 숙제라서 늘 부담스럽던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다 지금 첫번째 이사를 했다..
아니..
난 이 변화를 내가 겪은 두번째 결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결혼전 준비로 늘 바빴었던 그때가 날 잡아 붙들고 있었고 지금 그렇게 비슷한
준비과정을 마치고 치뤄낸 결혼과 다르지 않았다..
결혼은 내게 불안한 모험이고 어설프고 자신없는 날 끄집어대는 힘겨운 일상이었다.
지금 두번째 결혼을 겪어내면서 내가 나한테 다행이라고 위로하는건 생각보다 그
힘겨움이 이젠 두렵지가 않다는거다..
그건 아마도 시간이 주는 단조로움도 아니고 하루에 한번씩 신문을 읽어내리듯
지극히 당연한 내 일부분으로 껴안고 부벼대기 시작하는거 였다..
'' 이사가면 새기분 새사람 되는 느낌으로 살아봐...''
여지껏 날 불편하게 했던 사람이지만 누가 날 그렇게 다독이고 있다는게 내 두번째
결혼식을 위한 축하메세지 였다..
새사람으로 산다는거.
두번째 결혼이 주는 유일한 내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