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설때 떨어지는 빗방울이 한 두방울 내 얼굴을 간지럽게 해 놓고는 이내 그쳐 버리고 맙니다. 아버님이 계신 주변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노오란 산국들과 구절초..... 아버님에게로 들어가는 밭 주변의 감나무는 잎이 다 떨어져 까치를 기다리고 있는 밥만이 대롱대롱 매달려 막바지 가을을 한껏 지키고 있더군요. 가을의 정취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려구 산국 몇가지를 꺾어 왔습니다. 지금 식탁위의 조그만 화병에 꽂아 놓은 산국향내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아버님...... 둘째아들 사는 모습이 못내 안스러워 그렇게 자꾸 아들꿈에 나타나셨나요? 큰아들 잘키워 서울에서 편안히 큰자리 하고 있고 두분 외로이 사시는것 안타까워 기꺼이 내려와 살던 둘째아들.. 네형제 중에서 제일 사랑하고도 그만큼 많이 배우지 못해 안타까워 했던 둘째아들.... 돌아가신 지 만 6년이 되어가는데... 사랑하는 아들이 한집안의 가장이 그냥 놀고 잇는 것이 안스러워 그렇게 매일 꿈에 나타나셨군요. 오늘 아버님 좋아하시던 커피한잔 타서 늘 이뻐하던 손주를 데리고 술한잔과 함께 올렸습니다. 그런데요 아버님.... 전 지금 무척이나 두렵고 걱정이 앞서답니다. 2년여를 놀던 아들이 걱정되어 꿈에 나타나셨다는 것.... 다 알아요.....빨리 일을 가지라고 암시한 것두 알겠구요.. 마침 점지해주 듯 일이 나타나긴 했는데..... 결국은 제 몫이더군요. 전 장사라고는 해본 적도....어떻게 하는건지도 잘 몰라요. 신랑이 아무일 없이 집에만 있는 것이 뭐 맘이 편하겠어요. 그런대로 형편이 괜찮아 이것저것 배우면서 살아왔는데... 이게 끝인가 보군요.... 그림도....글도.....이제 배우는건 그만 두어야 될 것 같아요. 컴퓨터와 가까이 하는것도...이 아컴속...이방에 자주 오는것도.. 바닷가에 자주 나가 커피도 마시고 좋은사람들 만나 숲속 깊은곳 찻집에도 찾아가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너무나 좋은시간들을 만들어 참 좋았는데...... 그렇게 살지 말라고 하시는군요...... 제가 너무 편하게 살았나봐요. 그런데요 아버님..... 저 그 가게 잘할 수 있을까요....걱정돼요..... 매일 집안 일만 하다가....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다가... 옷장사라는걸 해야 한다니.... 정말 뭘 어떡해야 할지 두렵기만 하답니다.... 항상 무슨일이든.....도전하는 것에 겁을 내는 저에요.. 그것 아시죠.... 하지만 잠시 지나면 누구보다 더 잘할수는 있는데.... 정말 잘 할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되고....그래서 잠이 안와요.. 가끔 전 바보같은 제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해요 아버님. 일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는 했지만 막상 하려니 편안하게 집안 살림하는 제 모습이 저의 스타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둘째아들을....둘째며느리를....그리고 손주들을.... 너무나 이뻐하셨던 아버님..... 지금 전 이 기로에 서서 어떡해야 할지....정말...착잡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일은 해야겠지요. 산국향내로 가득한 나의 이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열심히 살아야 겠지요... 그런데 잠이 안오는 이유는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