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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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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엄마에게


BY 빨강머리앤 2003-07-25

강준엄마, 벌써 자정이 가까워 오네요.

늘 바쁜 하루였지만 오늘은 더욱 바쁜 날이어서 사실은

오늘 장보는 일이 참으로 번거로웠답니다.

내일 강준엄마랑 예서, 도형이, 정민엄마가 날 보러 오는데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 모두 모여 마석으로 첫나들이를 오는데

난 바쁘단 핑계를 대고 손님맞이를 너무 하찮게 생각했던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보통은 일곱시 정도면 일이 끝나서 집에 오게 되는데 오늘은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서 아홉시가 다 되어서 집엘 오게 생겼지 뭐예요.

그러니, 그 시간에 장보러 가는 마음이 마뜩찮지 않겠어요?

장보는 거야, 무슨 마음이면 어떻겠습니까만, 그래도 이왕이면

좋은 마음으로 물건들을 집고 기쁜 마음으로 장바구니를 채웠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는 군요.

아이들 씻기고 잠재우고, 나도 이제야 한가한 시간을 맞이하니

비로소 이성이 찾아 집니다.

 

손님 맞이는 제가 영 서툴러요.

내일처럼 그런 특별한 손님맞이는 정말 처음인것 같아서

걱정도 되고 한편으론 웬지 모를 기대감으로 마음이 들뜨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리 까치둥지 엄마들 모임때 청량리로 갈때요, 사실은 나 기차타고 가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맞질 않아서 멀미를 하면서 까지 좌석을 타고 가면서 언젠가는

기차를 꼭 타고 말리라.. 생각을 매번 했었답니다.

그런데, 마석역이라는 이쁜 간이역을 두고 기차를 한번도 못타봤다니 참

내가 생각해도 참 우습습니다.

기차 얘길 갑자기 꺼낸건, 내일 서울서 기차를 타고 온다기에 부러워서 한 얘기랍니다.

한시간도 안된 짧은 시간이지만(그래서 오히려 아이들에겐 덜 지루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네요) 그래도, 기차를 타고 와서 꽃과 나무가 조화롭게 서있는 마석역에

도착하게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해본 얘기네요.^^*

어서 오세요. 마석역엔 백일홍이 이쁘게 피어있을 거예요.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잠도 덜깬 아이들을 앞장서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았을

테지만, 마석역 그 작은 시골 간이역사에 핀 진홍빛 백일홍을 보게 되면

어쩌면, 마음이 한없이 포근해 질지도 모르겠네요.

혹, 어릴적 고향의 향기같은걸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인적이 드문 역사를 빠져 나와서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게 되길 바래요.

특히, 천마산쪽 그러니까 나오는 쪽에서 왼쪽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보길 바래요.

태백산맥  줄기가 뻗어내린 수많은 준령 가운데 하나인 그 산봉우리에

하얀 뭉게구름이 탐스럽게 피곤 한답니다.

하늘을 보고 나면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떨구면서 찬찬히 앞을 살펴 보셨으면 해요.

거기 길 양쪽으로 커다란 나무 세그루를 보셔야 하거든요.

 외로움과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가끔씩 들르곤 하는 그곳에 내 친구들인 버드나무 플라타나스 나무들이 울창한 가지를 흔들어서 반겨줄 거예요.

 

굉장한 버드나무와 굉장한 플라타너스 두그루가 거기 있답니다.

그것들은 꽤 오래 그 역사를 지키고 있었을 겁니다.

아마, 그 역사가 지어졌을때 함께 심어진 나무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합니다.

그 우람한 둥치가 그걸 얘기해 주지만 잘은 모르겠어요.

아무튼, 요즈음 들어 더욱 푸르러진 나뭇잎을 빽빽히 달고 서 있는 버드나무와

플라타너스는 서로 키재기 하듯 그렇게 커다란 모습으로 서서 까치둥지를 품은

엄마와 아기까치들을 반겨줄 거라 생각합니다.

 

휘영청 가지가 휘어져 내린 버드나무와,

유난히 커다란 잎새를 달고 서 있는 플라타너스 사잇길에서 내가 기다리고 있을께요.

마석에 오신걸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