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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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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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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정숙이


BY 임진희 2000-07-26

내 친구 정숙이는 수원에 살고있다. 초등 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중학교때 그녀의 인기는 대단했다. 남녀 공학이였는데

남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있는 그야말로 인기 짱인 학생

이였다. 고등학교는 서로 달랐고 그 이후 그 친구는 이사를 했다

결혼후 연락이 닿아 이따금 만나왔는데 어느날 나는 그녀의 집에

간다고 연락을 하고 좌석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향했다.창 밖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상념에 우울해 있던 나는 북문앞에서 내렸다.

그때 나는 사십고개 바로 전이라서 그랬는지 제 이의 사춘기 같

은 마음의 병? 을 앓고 있었다. 그리 오래 계속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때였다고 생각

된다. 그래서 그녀에게 간다고 연락?다 그녀는 쾌히 오라고

대답해 주었는데 그녀 역시 아마도 그때가 남편의 직장일이 잘

풀리지 않아 힘 들었던때라고 나중에 들었다.약속장소에서 그녀

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약간 자세가 구부정한 모습으로 아

주머니 한분이 걸어오셨는데 나는 친구가 아닌줄알았다.여성스럽

고 아름답던 모습은 사라지고 고달픈 생활의 흔적이 배인 얼굴에

약간의 기미가 살아온 과정을 설명이라도 하는듯 했다. 나는 삼

십대부터 운동을 했는데 그녀는 가정주부 역할을 벗어나지 않고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길을 말없이 걸어온듯 했다.집안에 들어가

니 방이 둘인 조그만 아파트에 아기자기 하게 꽃을 장식해놓고

베란다에 몇개의 화분이 놓여 있었는데 꽃이 아름답게 피여있어

서 그녀의 심성을 엿보게 했다. 나는 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갔었기 때문에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먹어가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가 큰 그릇을 가지고 왔다. 부업으로 이쑤시개에

종이로 접은 인형같은 것을 붙이고 있었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것이라는데 함지막 가득 붙여도 얼마되지 않는 금액이였다. 나는

그녀의 순수함에 마음이 찡 하면서도 고마웠다. 고향 친구라 해

도 오랫만에 만나는데 내가 가면 감추고 싶고 감출수도 있었을텐

데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서 일을 하며 이야기를 하는 그녀의 태

도가 고맙기만 했다.우리는 같이 붙여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녀는 미스때 금융기관에서 직장생활을했다 출퇴근

시간에 기차를 이용 했는데 그 안에서 인연이 닿아 공무원인 남

편을 만났다고 했다.내가 만났던 시점은 다른일을 한다고 직장

에서 나왔을 때인데 마음과 달리 잘 풀리지않아 고생하고 있던

때였다.남편의 일이 잘되지않아 마음이 괴로웠을 텐데 친구의

방문을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않고 당당히 맞아준 그녀의 마음씀

이 오래도록 내 마음에 고마움으로 남아있다.몇시간 동안 앉아있

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다.생활

이 어려워도 투정 하지않고 현 생활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굳굳이

살아가는데 감정의 사치를 어찌 부리고 있을수 있겠는가.그후로

내 마음의 실을 당기면서 항상 있는 그대로의 생활에 만족 하기

로 마음을 다잡았다. 모든것은 마음 먹기에 달린것 똑 같은 태양

도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친구는

겨울이면 만두를 빚어서 우리들을 즐겁게 했는데 그녀가 만든 만

두는 어느 유명한 음식점의 만두보다 맛이있다.그러나 요 근래는

백화점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서 시간이 없어 만두맛을 볼수없어

서 안타깝다.생활은 마음대로 바뀌지가 않아 모임에도 나오지 못

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아직 우리의 인생이 다 끝나

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생활이 편해지는날도 머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