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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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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피아노를 치세요,나는 글을 쓰겠습니다.


BY 모퉁이 2003-07-21

요즘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집이 대부분일테다.

이사오던 날 부터 느낀 것인데 이웃에는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사는 모양이었다.

기악을 하는 학생이 있거나 아님 취미로 하는 피아노이거니 했는데

살다보니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자주 있다.

 

일요일 아침은 다른 날보다 더 일찍 건반소리가 났었고

낮에는 물론 저녁 늦게까지 두들겨 대는 피아노 소리때문에

고3짜리 아이가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였으나

그래도 이웃이고 좋은게 좋다고 니가 참아라..에서, 어떤 날은 독서실로

아이를 몰아내기도 하였다.

 

 피아노를 매일 치고 안치고가 문제가 아니고

이건 시간관념이 너무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밤 11시는 예사이고 어느날은 12시를 넘긴 날이 있다.

인터폰을 들었다 놨다 몇번을 하다가 날이 밝았는데

아침까지 머리가 띵했으나 도대체 누구네 집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섣불리 대들었다간 망신살 뻗칠 것이고 괜한 낯붉힘만 생길 것 같아서

참았었는데 어느날 다른 이웃과 차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끝에 피아노집 말이 나왔다.-이래서 말이 새어나오나 보다.-

 

말인즉슨 바로 옆집인데 못 말리는 집으로 소문났다한다.

어제도 그랬긴 하지만 여름이면 창을 열어놓고 성악까지 곁들인다.

몇 사람과 다툼도 있었으나 막무가내인 고로,이젠 포기상태라는데...

 

도대체 사람들이 무식해서 고상한 음악을 들려줘도 뭐란다 한다니

누가 누구에게 할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는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그녀는 피아노를 치고 있고

저 우렁차게 들리는 소리는 '금강에 살으리랏다'같은데

오늘은 몇 시까지 저 소리를 들어야 될까..

 

취미삼아 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할 수야 있겠냐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짓은 하지 말아야 됨을 알만한 나이에

소리가 새어나감을 조심해야 됨에도 오히려 당당한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오늘도 기죽어 이렇게 글만 쓰고 앉았다.

 

나도 이제 그녀의 피아노 소리와 목소리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끔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