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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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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유혹


BY 사과나무 2001-10-11

새벽부터 간간이 뿌려지던 가을 속의 찬비는
그렇게 여인의 가슴속에 소리 없이 다가서고 있었다.

찬비는 단숨에 여인의 폐부 깊숙이 내려앉고 서정적인 가을여인으로 단숨에 물들였다.
신비스런 가을을 마주하기 위해 여인은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긴 웨이브 머리를 다소곳하게 하나로 묶고
꽃무늬 스판 청바지를 입고 하얀 가디건을 걸쳤다.
입술 위에 펄 립그로스를 발라 윤기가 돌게 하였으며 마스카라로 속눈썹을 정리하였다.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베이지 체크의 핸드백을 챙겨들고 한껏 멋을 내었다.

여심을 흔들고 저만치 물러선 가을의 정취를 여인은 그렇게 따라나선다.

차를 몰고 따라간다.
야니의 "wishing well"의 노래가 감미로움을 더해준다.
빗방울이 더 많아진다.
올림픽 도로를 빠져 나와 양평으로 진입했다


강이 보인다
구름에 휘감긴 산도 보인다.
분위기 좋은 찻집들이 늘어서 있다.
찻집 앞을 지나치니 향 좋은 커피 내음이 부드럽다.

비에 젖은 가로등의 침묵이 수도승을 닮았다.

이 가을은 여인에게 너무나 특별하다.

굳게 닫고 있던 깊은 내면의 문을 열게 하였고 그 안에 홀로
갇혀있던 나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겨드랑이가 간지럽다
웃음이 배어 나온다

가을과의 신비한 마주함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온몸을 달구어낸다.

다시 멋지게 중생 되어진다

산을 휘감던 구름이 서서히 하늘로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