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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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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과 똥 이야기


BY 바다 2003-07-19

나는 어찌어찌하여 노인을 돌보게 되었다. 노인을 돌보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특히 치매노인의 경우엔 더 그러하리라.

저녁 무렵의 일들을 한 토막 꺼내 보일까 한다. 노망 든 노인의 비정상적
행위를 꺼내어 얘기 거리를 삼자는 게 아니다. 누구나가 맞을 노년기,
삶의 파고를 견디며 여기까지 삶을 살아 온 것 만으로도 노인은 위대한
것이다. 낡아 헤진 삶을 조각조각 기우며 오늘도 인간으로서 소명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는 어르신과 가족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노을을 바라보던 할머니는 "저녘 노을은 저리 아름다운데 이년의 삶은
어찌 이 모양이누." 구슬픈 읊조림이 마음 한 구석을 휭----뚫는다.
울었는가? 목울대의 떨림을 지켜보고 있는데 연신 소매자락이 눈언저리에
닿는다.  "할머니, 울었어?" 물음을 마치기도 전에  "미친년 울긴 왜
울어, 밥이나 줘" 하신다.

된장국에 가지무침, 고등어찌게 , 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 듯 한다.
상을 물리려 하는데 "밥 좀 더 줘, 응?" 애원 하신다.  '똥 싸, 냉정해
져야 해.' 돌아서려는 순간 저녘 무렵 울 다 마르지 않은 눈물 자욱에
마음이 약해져, 한 술  두 술 더 드린게 화근이었다.
     
수저를 내리기가 무섭게 "뽀지지직" 변은 넓고 두툼한 기저귀 밖으로
넘쳐 흘렀다. 물 티슈와 필요한 용구를 준비하러 간 동안  아뿔사,
할머니는 더 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할머니는 잽싸게 기저귀를 뜯어 내고  기저귀 안에 있는 오물들을
온 몸에 바르기 시작 했다.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똥이 무서웠다. "어휴 내가 미쳐,
미친다니까..."  세수대야에 물을 수도 없이 날라다 닥고 또 닦았다.
똥에 취해서 인가? 그날밤 나는 할머니 옆에 웅크리고 앉아 새벽녘까지
자고 있었다.

흑흑흑 - 어디선가 들리는 흐느낌은 달콤한 단잠을 깨웠고, "하느님!
하느님! 이년의 삶을 거둬 가 주세요. 이 이상은 안됩니다.
나에게 적선한 셈 치고 제발, 제발..." 할머니의 절규에 가까운 기도
소리는 새벽 공기를 타고 아픔으로 흩어 졌다.
       
어느덧 새벽 여명이 밝아 온다. 새벽이 어둠을 뚫고 오듯 할머니의
어두운 의식이 명료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히려 불행한 일이었다.
지치고 아픈 삶을 살아 내야 하는 하루가 시작되므로.            


아침 햇살이 힘없이 앉아 있는 할머니의 코 긑을 간지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