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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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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행복하길 바래...


BY 올리브 2003-07-19

결혼행진곡 벨소리땜에 어두운 기억으로부터 헤어나올수 있었던 그날.

 

'' 여보세요..''

 

'' ..... ....''

 

'' 여보세요..''

 

핸드폰에 찍힌 전화번호땜에 누군지 알았지만 그래도 믿기지 않아서 조급하게

다그칠때 어수선한 시끄러운 방해소리가 날 어렵게 하고 있었다..

 

'' 어... 나.. ''

 

'' 알아..''

 

'' 안 잤지? ''

 

'' 어디야? ''

 

근데.. 그땐 몰랐다..

 

'' 왠일이야.. 전화 잘 안하잖아. ''

 

'' 보고싶어서 전화했어.. 보고싶어서...''

 

아..

 

나. 참. 이런말 첨 듣네..

이 헷갈리는 대사는 술김에 내뱉은 말이라고 맘속에 동여매두고 숨을 고르게 다잡았다..

그러다 잠깐 핑도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꼭 이 남자 전화 목소리를 들을때면 날 힘들게

했었던 그 어지럼증 이었다.

 

'' 왠일이야.. 그런소리 못하잖아..''

 

'' 아. 끊어야 겠다.. ''

 

툭 소릴 내며 무심하게 끊는 남자땜에 여잔 그날 잠자는건 일찌감치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난감한 전화 목소리땜에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져왔다..

 

겨우 혼란스런 맘 수습하느라 정신차리고 있을때 또 요란한 결혼행진곡 벨소리가

울려댔다.. 아.. 이 남잔 술땜에 별일을 다 저지르는구나.. 혼자서 중얼거리다 또

서둘러 핸드폰을 열었다..

 

'' 늦었지? 괜찮니? 전화해도 돼? ''

 

'' 응..''

 

'' 거기 어딘데?  내 수첩 샀어? ''

 

'' 아니.. 무슨 색으로 사줄까? ''

 

'' 알아서..''

 

'' 그래도 .. 좋아하는 색이 있을거 아냐? 빨강 노랑 파랑 초록.. ''

 

'' 초록.. ''

 

'' 그래.. 알았어.. 잘자.. ''

 

세상에 기껏 전화해서 내 맘 어지럽히더니 이거 뭐야.. 미치겠어..

 

그리고 담날 멜속에 이 남자멜이 꽂혀있었다..

 

어떻게 보낼까?

택배로.. 우편으로..

 

참 말도 안되는 장난이 이어지더니 결국 내 다리 망가진 그곳에서 예전과는

어색하고 낯설게 달라진 남잘 만났다..

 

아무런 일도 없었던것처럼 너무도 익숙하게 늘 그래왔던것처럼 와인 두잔

앞에 놓고 여잔 늘 남자가 자주 말했었던 밝게 웃고 이쁘게 앉아주었다..

 

남자가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고 그만 일어나자고 했고 여잔 망가진 다리땜에

힘들었지만 이쁘게 걷고 싶어서 천천히 뒤따라 걸으면서 한번쯤 뒤돌아서

남자가 기다려주길 바랬었다..

 

그때 남잔 한번 뒤돌아보더니 의사답게 천천히 걸어보라고 했다..

여잔 창피하다고 쑥쓰럽게 웃다가 먼저 가라고 손을 휘젓으며 이렇게

빨리 집에 갈 이윤 없다고 또 중얼거렸다..

 

수첩속엔 남자가 여자한테 늘 말했던

 

'' Always. You will be Happy! ''

 

그렇게 적혀있었고 여잔 고맙다고 어색하게 웃어줬다..

 

남잔 늘 그랬다..

 

'' 내가 겁이 많잖니.. 그래서 그래..''

 

그건 첨 만났을때 내가 알아버린거지만 직접 그 소릴 들으면서 바보같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안 그래도 잘못된건 없는데..

 

여잔 늘 남잘 만나고 집에 돌아올때면 그 울림이 싫어서 어둠속에서 끙끙대곤

했었다..

 

그리고 비가 마무마구 쏟아지던날..

 

여잔 맘속에서 남잘 밀어내기로 했다..

 

겁장이.

거짓말장이.

삭막하고 차가운 눈사람.

치사빤스.

 

여자가 남잘 밀어내기로 한날

남잔 여자가 왜 이래야 하는지 몰랐을꺼다..

 

봄부터 시작된 남자와 여자의 헷갈림이 끈끈한 여름이 되서야 여자맘처럼

마구마구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저 무심히 쏟아져 내리는 비가 멈출때쯤이면 여자도 남자처럼 홀가분한

맘으로 수첩속에서 남잘 지워내고 있을것같다..

 

여잔 지금도 남자의 솔직하지 못했던 어리숙한 답변을 잠깐씩 쓸쓸해하면서

가끔씩 중얼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 나.. 늘 행복할꺼야.. 그러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