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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38) *어머니...*


BY 쟈스민 2001-10-10

아들네 집에 오신 우리 어머니께
이웃에 사는 시누이는
백화점에 가서 옷 한벌을 사 드렸습니다.

고운 자주빛의 긴 주름스커트 사이로
언뜻 언뜻 가을 단풍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듯한 색이 고운 옷이었지요.

몇번을 부러움의 눈으로...
우리 딸들도 크면 나에게 저렇게 예쁜 옷을 사줄 수
있을까?
이제 겨우 아홉살, 일곱살 두 딸아이를 두고
난 어느새 시간여행을 떠나버리고 맙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에서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옷 한벌도 제대로
사드리지 못하고 사는 나를...

내가 옷 한벌을 사드릴 수 있게
거기서 날 이미 기다리시지 않는 나의 엄마를...
생각했습니다.

어느새 늘어가는 주름을 느끼게 해 주시는 내 아버지의
오래된 양복깃에 마음이 머물고 있었음을 숨길 수가 없어
나는 또 나에게 모두 내 마음을 도둑맞고 말지요.

나의 마음이야 어떻든...
어머니의 얼굴에 내비치는 기쁨이 좋아 보여
그냥 함께 기뻐하기로 합니다.

저런 딸을 두신 어머니의 다복하심에...
옷 한벌은 지극히 단편적인 딸의 마음 표현일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을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걸 보니
부모 자식간의 따스한 정이 옆에 있는 내게로 마구
?グ保側?있음을 난 볼수가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내가 며느리라 딸처럼 그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도 일고 있었으리라...
자신이 살 만큼 살면서 부모에게 자식된 도리를 다하며
자신의 마음이 쓰이는 만큼 모두다 표현하고 살 수 있는 이는
분명 특별한 행복을 누리는 이일 것입니다.

오늘은 집에 가신하고 하신 내 어머니...
그 고운옷 차려 입으시고
고운 딸의 마음으로 하여 약간은 썰렁한 날씨속에서도
따뜻하셨을까?

가시는 길에 배웅도 채 못해드린 이 못난 며느린
오늘도 제 자리 지켜내느라
먼 발치에서 하루해를 맞고 있었음을
당신은 아셨을까?

며칠간 아들네 집이라고 오셔서
아들의 옷가지 모두 꺼내어 다려 주시고...
아이들 옷장 정리며, 이불 빨래며
집안 어느 한 곳 소홀함 없이 돌보아 주시던
자상하고, 지혜로우신 우리의 어머니...
언제나 나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시곤 하는 어머니...

그 어머니는
가까운 곳에 기차역을 두시고도
직행버스비가 조금 더 싸다는 이유로
시내버스 타시고 가 직행버스 타고 집에 가신다고 하신다.

이젠 당신을 위하여
그 몇푼을 아끼시지 않아도 될 것 같건만
몸에 베인 절약습관 때문인지
어쩔 수 없으시다고 하십니다.

오늘 저녁에는...
당신의 편안한 집에서
따뜻한 저녁을 드시며
두분이서 오븟이 그동안의 못다한 이야길 나누시겠지...

헹여 아들네 걱정일랑 이제 그만 끼쳐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세요...

비싸고 고운 옷한벌은 못해드렸지만
저의 마음은 이렇게 담아서 가시는 길에
한아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그렇게 계셔
주시길 바래요.

어머니...
많이 사랑합니다.

당신을 만난 건
내 생애의 그 어떤 것 보다도
큰 축복이었음을 이 즈음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눈물이 나서....
이젠 그만 써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