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정식구가 모였다
아버지는 사업의 실패로 집을 날리시고 장장 18년만에 새집을 장만한 기념으로
우린 자연스레 옛날 우리가 살던 그곳이야기를 나누다 난 무심코 TV에 시선이
갔다 거기엔 부모가 벙어리라는 텔랜트가 나오는 드라마였다
"옛날 우리동네에 구둣가게하는 벙어리 아저씨 있었지?
남동생은 놀라며 대답했다
"누나 기억력은 알아줘야되 내 동기였쟎아 ".
"맞구나 그애 공부 잘했다고 했지?
"응 지아버지한테 글도 가르쳐주고 효자였지".
내 어릴적 기억에 유난히 선명하게 남아있는 슬픈 이야기
동네사람들은 그집 이야기를 자주했다 난 엄마옆에 앉아 들은 이야기지만
벙어리 아저씨네 집은 부자였다고 했다 아저씨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아저씨는 오랫동안 장가도 못가고 지내다가 참다못한 아버지가 돈을주고
사다시피해서 결혼을 시켜주었다
내기억으로느 그리 이쁘지 않았는데 아저씨는 늘 웃는얼굴로 아내랑 같이
다니곤했다
그러다 아이를 낳았는데 그때 벙어리 아저씨는 자기엄마에게 계속 아기가
우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혹시 자기처럼 벙어리가 태어 날까봐
아저씨의 우려와는 달리 건강한 아들이 태어나자 아저씨는 하루종일
울었다고 했다 너무좋아서
그리고 시간이 얼마흘러 아저씨는 아들을 한명 더 얻고 부모님들이 돌아
가셨다 아저씨의 가시밭길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집 아들이 세살 두살 되던해에 부인은 춤바람이 난것이다
시부모님 살아 계실때는 행여나 쫒겨 날까 그렇게 잘하던 며느리였다는데
시부모님 돌아가시자 얼마간의 돈까지 가지고는 늘 집을 들락 날락했다
그동안 아저씨 사는건 말이아니었다
먹고 살기위해 구두를 만들어야 하는데 들을수도 없으니 아이들이 어디로
나갈까봐 문고리에 끈으로 묶어두고 하나는 들쳐 업고서 일을 하시는데
아이둘은 배고프다고 울어대도 아저씨는 그저 일만 하고 계시고...
동네 사람들이 그소리에 가서 아이들에게 젖도 한번 물려주고 암죽도 만들어
주곤 하셨다
그렇게 그가족들은 살았다
그렇게 자란걸 아는 아이들은 아버지를 엄청 따랐다
언젠가 운동장 바닥에 아들과 아버지가 글자 공부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애들은 아버지의 장애를 전혀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커서 의사가 되어서 아버지를 말하게 해드린다고 했다
나중에 그큰아들이 연세의료대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아버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그아들이 태어날때 만큼 울지 않았을까..
바람난 아내가 돌아왔는데 아들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집엔 영영
들어가지 못했다는 소문도 나중에 들었다
그애들이 그아버지가 그립다 한동네 살면서 나한테 수화도 가르쳐주시고
한밤중에 우리집에 와서 캬바레에 가서 부인한테 아기가 아프다고 들어오라고
이야기좀 해달라고 사정도 하곤했는데
분명 그아저씨는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계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