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자연과 대화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헨리니어링의\'소박한 밥상\'에서 발췌한 윗글을 읽으며
많이 공감을 했습니다만,
저혼자만이라면
식사를 간단히 ,더간단히
준비하고 거기서 아낀 시간으론
정말이지, 글도 쓰고, 음악을 즐기고, 산길을 걸으며
자연과 대화를 하고
또 친구에게 편지도 쓰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맘 간절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다행스럽게도?)
저는 혼자가 아니네요. 사먹는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을 정도로
집에서 먹는 밥을 좋아하는 남편과,
한참 커가는 아이들,특히, 밥 먹는 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저는 생각보다 식사를 준비하는 일에 골몰해야 합니다.
유난히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날은
저녁식사 메뉴를 정하는 일이 고역일때가 있어요.
그나마, 모든 야채며 채소들이 제철인
여름이어서 갖가지 야채를 사다가
쌈도 싸먹고, 나물로 만들어도 먹고,
볶아도 먹느라 그마나 식사준비가 쉽습니다.
그래서 여름동안엔 시장을 보는 일이
그어느때보다 즐겁고 풍요로움을 선사해 줍니다.
꽈리고추랑 멸치를 볶아서 밑반찬을 해두면
아이들은 멸치를 어른들은 꽈리고추를 집어 먹는 모습도 재밌고,
가지를 살짝 삶아서 나물을 무쳐놓으면
가지의 부드러움 때문인지 아이들이 잘먹는 모습이 예쁘기만 하지요.
지난 번엔 갓 캔것이라며 옆집에서 감자를 잔뜩 안겨 주었는데
그걸 채썰어 볶아 먹는 맛도 좋습니다.
어젠 시장 한켠에서
직접 뜯은 거라며 호박잎을 파시는 할머니한테서
호박잎을 한바구니를 사왔네요.
호박잎을 살짝 데쳐서 호박잎쌈을 해먹으면 맛있거든요.
아이들도 그 작은 손바닥에 푸른호박잎을 펼치고 밥을 얹고,
엄마 아빠 따라서 작은걸로 마늘조각도 얹고 고추장된장을 섞어 만든
쌈장을 발라서 위아래, 양옆으로 펼쳐진 호박잎을
보자기처럼 싸서는 한입에 쏙 넣어 먹는 모습이 귀엽습니다.
어릴땐 친정엄마가 호박잎쌈을 자주 내놓으시곤 하셨어요.
아마도 이맘때 즈음이었을 거예요.
그런 탓인지 호박잎쌈을 생각하면 구수하고 토속적인 냄새가
짙게 배어나는 여름음식으로 기억됩니다.
친정엄마는 가끔 호박잎을 데쳐서 된장국을 끓여 주시기도
하셨는데 그 구수한 맛이라니요...
첫아이를 가지고 입덧이 심할때 보리새우로 국물을 낸 호박잎
된장국의 그 구수한 맛이 어찌나 그립던지요.
재래시장을 뒤져서 그 호박잎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그날 당장 엄마를 흉내내서는
호박잎 된장국을 끓였는데 어째,
어릴적에 엄마가 끓여주던 그맛이 안나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토장국\'이라는 말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그리고 토장국을 맛나게 끓여 주시던 엄마도 보고 싶습니다.
여름채소로 식탁이 풍성해 지는 계절이 주는 그리움입니다.
제철음식을 먹으라는 말,
이 여름을 두고 한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님들, 모두 건강한 여름 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