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기 할 듯 말 듯
달구기만 하는 하늘이
다람쥐 쳇 바퀴 도는 일상을
벗어나기엔 제격이다.
엉거주춤한 자세를 하고
간간이 내린 장마 비로
채 마르지 않은
미끄러운 산길을 오른다.
졸졸 정겨운 개울물 소리가 뒤꽁무니를 따르고
질펀하니 기름이 좔좔 흐르는 얕은 숲엔
이름 모를 온갖 잡초들의 질긴 생명력이
용트림하듯 꿈틀거린다.
같이 바람 쏘이러 가자며
집밖으로 불러낸 앞서가던 지기가
뒤돌아 서서
안타까운 눈길을 준다.
풀뿌리를 의지 삼아
그럭저럭 용을 썬 덕택에
얌전히 운동기구가 널린
평평한 공터 벤취에 자리를 잡는다.
7월의 흐린 햇살아래 하늘거리던 은빛 백양나무 잎새들이
설렁대는 소슬바람에 흥이 겨운 듯
눈부시게 반짝이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저 번에 고민하던 둘째 일은 교수님 찾아뵙고 해결했어"
"재수하는 넘이 당체 답답한 기 없으이 내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아"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아이들 장래가 걱정이야"
"파격 세일에도 매기가 없으이 '이래도 안 살 거야?' 란 말이 유행이잖아"
두런두런
고단한 속내를 풀어놓으니
오래된 체증이 쑥 내려간 듯
후련하다.
그래!
사는 게 별 거더냐?
툴툴 묵은 찌꺼기 털어 내고
새 술일랑 새 부대에 담는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