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앞에 앉아서
어떻게든 세월의 흐름을 지워볼려고
정성을 들여 분장을 하고 있는데
5살된 우리딸 옆에 와서
유심히 쳐다봅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며
흉내를 내더니
급기야 저도 화장을 해달랍니다
"엄마,리쯔??립스틱) 나도 해줘잉"
"안돼"
"해줘~ 잉"
"안된다니까" 목소리가 커집니다
한참을 조그마한 주전자를 걸어도 될만큼 입을 내밀고 있더니
"그라면 엄마, 나 여자 아냐?"
"여자 맞어"
"근데 왜 화장 안해줘?"
///// 아주 짧은 순간 황당했습니다
"어른 여자가 되야 화장하는거야
엄마만큼 커면 화장해야지"
"우리 지윤이는 지금도 너무 예뻐"
"아니잖아 나는 엉덩이가 예뿌잖아"
"엉덩이도 예쁘고 얼굴도 예뻐"
"나는 리쯔틱 바르고 메큐(메니규어)바르면
엄마하고 결혼하는데 엄마땜에 못하잖아"
토라져서 나갑니다.
제가 딸아이를 안아주거나 목욕을 할때
엉덩이 톡톡 두들기며
"아유 요 예쁜 엉덩이 누구거지"라고 했더니
저는 엉덩이만 예쁜줄 아나봐요
지가 여자라서 화장해야 한다는 얘기에
얼마나 웃었는지,,,,
우리딸 별명이 여시거든요
성하고도 잘어울려요 '백여시"
요즘은 전화번호를 외워서는
툭하면 가게로(제가 꽃집을 하거든요) 전화가 옵니다
"여보세요"
"엄마, 알러뷰 땡큐"
찰칵
지가 할말만 하고 끊어버립니다
할머니께 전화해서
엄마 아빠한테 야단 맞은거 다 일러줍니다
집에 있었던 일 모두 고자질 합니다
어머님이 집에 오셔서
"너네는 왜 우리 지윤이 야단하니?'
하고 야단하시는 흉내을 하셨더니
요즘은 제가 조금만 뭐라하면
할머니한테 일러준다고
쪼그만게 겁도없이 협박을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큰집에는 남자 조카들만 있다보니
큰집에 가면 완전히 공주대접을 받아요
일주일만 큰집에 안가도 큰아빠
지윤이 보고 싶다고 저희 가게로 오십니다
"지윤이 큰아빠 보고싶었어?'
"예"
"얼만큼?'
"이~~~만큼"팔을 있는대로 다 벌리고는
큰아빠 목끌어 안고 안깁니다
그러니 남자애들만 키우시는 우리 아주버님
아주 깜박 넘어가십니다
우리애만 유별나게 그런게 아닌데....
제친구 딸들도 다 애교부리고 야시짓을 하더라구요
그런데도 우리딸만 더 예쁘보이고, 더 애교부리는것
같은걸 보면 저도 어쩔수 없이 팔불출 엄마인가봐요.
가게 시작하면서 가진 아이가
벌써 5살이 되어서 온갖 아양을
다떨만큼 자랐습니다
지금은 어린이 집에서 아마 점심을 먹고 있을거예요
지금처럼 밝고 예쁘게 자라주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