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꽃을 갈아놓고 딸을 기다리던 내게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아줌마..어디야? 얼릉 애들 델꼬 고단리 막국수집으로 와"
어제..현장답사때문에 인제 다니러 갈 일 있다며 아이들 다 데리고 여행하듯
다녀오자던 남편의 당부에
"나 시험준비 어떡하지?" 감히 안가겠다란 표현을 못하고 시험핑계 둘러대는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 우리 둘이만 다녀오기로 하고 다녀오던길..
전날 저녁..
마트에 들렀을때..
떨이하는 떡가게에서 남편이 젤루 좋아하는 절떡 한통이 남았길래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떡을 꺼내어 들고 둘만이 다녀오면서 요기를 한 탓인지..
오랫만에 자연의 정취 맛보며 절경에 취해 돌아다닌 탓인지..
산딸기를 따먹으며 요기를 한 탓인지..
남편의 몸살끼가 가벼이 여기지 못할만큼 심각했던지..
내가 먹고싶어하던 입암리 막국수를 사주지 않고 집에 돌아와
손수 라면 끓여 밥먹인 다음날이라
아마도 어제의 빚갚음을 하려는 맘이지싶어 ..
아이들에겐 김치볶음밥을..남편에겐 비빔밥을 준비하고 있던 내맘을 뒤로접은채
아이들을 싣고 막국수집에 도착해보니..
아뿔싸..
오늘따라 정기휴일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문이 꽁꽁 닫혀있었습니다..
해서..뒤를 따르라는 남편의 바램대로 따라 도착한곳이
생삼겹살집..
젊은 부부가 하는 그집은
주인 남자의 손님을 대하는 지극정성이 눈물겨우리만치 열심히 사는 집입니다..
언제나그랬듯 아이들에게 풍선을 불어 접은 강아지를 선물해주며 정성스러이 준비해준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아주 기분좋은 저녁상을 물리고 돌아오는길..
소주 3잔..주량을 다 마셔버린 아내가 불안했는지..
아직은 덜 끝낸 자기일 마무리하려면 되돌아가야할 사무실의 반대쪽에 위치한
우리집까지 앞장서서 안내해주고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바이바이하며 사라집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건가?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드라도 마구 해대던 폭언에..
바람에..안하무인이던 남편과의 전쟁이 속상방에 올라오는 비슷한 상황의 주부들에게
산경험으로 생생이 전달되고 있는 이사람의 엽기적인 기행들..
내품안에서..
내아이들보다 더 어린아이 돌보듯 보듬어낸 시간..10 여년..
그 10 여년의 세월이
나를 지탱해주는 든든한 산으로 내 뒤를 지켜줄만큼 훌륭하게 자라나 있는 남편을
만들어냈나봐요..
그래요..
죽고싶던 어리석은 생각을 접고 10년만 죽자라고 돌려먹었던 저의 그 선택을.,
정말로 잘했었노라고..가슴밑 저쪽 꼮꼭 숨겨두었던 기억하기 싫은 시간을
끄집어내어 보듬어주고 위로해주고 칭찬해줍니다...
지금껏 남편의 엄마처럼 살아왔던 나..
나도 아버지같은 남편이 필요하다고 절규했던 소원이 이루어진 시간앞에서
행복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