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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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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냥빚을 지는 말 한마디


BY adika 2003-07-06

   우리는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되고 많은 말들을 하게 된다. 주고받는 말속에는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들도 있고 그 아픈 마음을 따뜻하게 만져 주는 말도 있다. 세치 혀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까닭에 곧잘 칼날에 비유되기도 한다.
  옛날 어느 임금이 하인에게 이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가져오라 했더니 소의 혀를 가져왔다. 또 가장 맛없는 음식을 가져오라 했더니 역시 소의 혀를 가져왔다.
  "어이하여 가장 맛있는 것도 가장 맛없는 것도 똑같이 혀를 가져오느냐?"하고 묻자
  "음식을 가장 맛있다고 말하는 것도 혀요, 맛없다고 말하는 것도 혀 아니옵니까?"하고 대답을 해 임금이 끄덕거리며 웃었다고 한다.
 
  같은 말을 해도 참 감칠맛 나게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똑같은 말을 해도 재미없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여럿이 모여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이가 무슨 말끝에,
  "나 오늘 완전히 짐승됐다."하고 뜬금 없는 말을 한다.
  "왜?"했더니
  "어제 말야. 내가 나갔다 들어오니까 우리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어딜 갔다 이제
  야 기어들어 오냐'하시더라. 난 네발로 기어 다니는 짐승이야."그러자
  "나 같은 짐승 또 여기있네. 나도 사람이 아니라니까."하고 옆에 사람이 거든다.
  "며칠 전에 우리 남편이 부산에 살 때 겨울이 추워서 혼났다고 얘기하기에,아니 부
  산이 추우면 안성 사람들은 어찌 하냐고 그랬더니 우리 어머니 뭐라하시는지 아니?"
우린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안성이 어디 사람살데고'하시더라. 난사람도 아녀."한다. 한참을 웃었지만 좀 씁쓸했다. 조금만 헤아려서 말을 하면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 텐데. 그 조금의 헤아림이 모자르는 사람들이 많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다툼이 생기게 된다.

  일전에 학교 일로 여러 곳에 부탁을 하러 다녀야 할 일이 생겼다. 힘들고 귀찮은 일이라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나 혼자 하고 말지 하는 마음으로 다녔다. 그런데 한 사람이 '뭐가 잘났다고 같이 안가고 혼자 갔느냐'는 식으로 전화를 했다. 그래도 생각해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기 싫어서 한 일이었는데 그렇게 말을 하니 너무나 화가 났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은 전화를 해서
  "회장님 어디 계세요? 혼자 하기 힘들면 제가 같이 해 드릴게요."하는가 아닌가? 똑같은 상황인데 두 사람의 말이 이렇게 다르다. 한 사람은 나를 화나게 하고 힘들게 했고 다른 한 사람의 말은 날 행복하고 힘이 솟아나게 만들어 주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말을 잘하면 안될 일도 잘 될 수 있다.

  옛날에 고기를 파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양반이 들어와서는
  "이놈아 쇠고기 한 근만 다오."하고 엽전을 집어던졌다. 아무 말없이 고기를 잘라서 건네주었다. 그러자 또 한 사람이 들어와
  "정서방 쇠고기 한 근만 잘라 주구려."하고 말한다. 역시 고기를 잘라 주는데 먼저 양반 것 보다 갑절은 많아 보인다.
  "아니 이놈아 똑같은 한 근인데 왜 크기가 다르냐?"하고 따지자,
  "아니죠. 이것은 이 놈이 주는 것이고 이것은 정서방이 주는 것입지요. 주는 사람이
  다르니 크기도 당연히 달라야합죠."했다고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가끔은 말을 함부로 해서 친정 엄마와 다투곤 한다. 엄마가 뭘 물어보시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설명을 하면 될 것을 엄마는 설명을 해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엄만 몰라도 돼."해 버린다. 기분이 상한 엄마는 또 내게 가시 돋힌 말을 하게 되고 모녀 지간엔 어느새 서로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뾰족한 화살을 쏘아 대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으이그 저놈의 성질."하는 엄마에게
  "그러는 엄마는? 그 엄마의 그 딸이지."하며 끝까지 버틴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언제나 내가 먼저 잘못을 한다. 처음 그 한마디 그 말만 잘 했으면 모녀 지간에 이런 전쟁을 없었을 텐데. 곧 뉘우치지만 이미 엄마 가슴에 꽂힌 화살은 빼내도 그 자국은 남아서 상처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곱게 해도 될 말을 화부터 내기도 하고 거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다 큰 녀석들이라
  "엄마 지성인  맞아요?"하고 허를 찌르며 느물거린다.
  "이 녀석들아. 내 이 거친 말투는 다 너희들이 만들어 놓은 거야."하고 핑계를 대지만 속으론 창피하고 부끄럽다.

  "자- 싸요. 말만 잘하면 거저도 드려요."하는 시장 아저씨의 말만 들어봐도 말을 잘하면 얻어지는 이득이 많다. 말을 잘하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또 그 사람이 나에게도 좋은 말만 할 것이고,그러다 보면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작은 말 한마디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친구들을 많이 갖게 되는 마음의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말만 곱게 잘하면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뿐만 아니라 백만 냥도 벌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