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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글을 읽어 주신 분들께.....


BY 더기 2001-01-07

어제 남편이 없는 틈을 타 글을 토해내고는 오랫만에 숙면을 했습니다

뱃속아이에게 해로울까봐 엉킨실타래처럼 꽁꽁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은 제 앞에서 입에 올리기 조차 꺼려 하므로 이러

다가 모두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는게 아닐까 두렵더군요.

힘들었지만 아이와 함께했던 임신기간을 포함해도 3년도 안돼는 시간

은 제겐 가장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제게 살아있을 이유가 되어

줄만큼 사랑스런 아이 였으니까요.

그시간들을 차곡히 풀어 어딘가 소중히 챙겨 두고 싶은 욕구가 오래동

안 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쓰는 PC인지라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

던 차에 에세이 방을 찾게 되었습니다.

누가 읽어 주길 바란 글은 아니었습니다. 불꺼진방에 혼자 앉아 그저

넋두리로..... 글쓰는 내내 울었지만 그리움 때문이었지요.

아이를 잃고 견딜수 없었던건 오로지 그리움이었습니다.

두번이나 죽음 목전까지 갔던이유도 불행이나 절망이 아니라,

아이와 같은곳에 있고 싶어서 였습니다.

그러다 간절히 원하면 내게 다지오지 않을까, 병원생활로 황폐해진

몸을 추스릴새도 없이 아이를 가졌습니다.

아이를 갖고도 외로움과 그리움에 배를 싸안고 잠이들곤 했습니다.

지금전 무척이나 행복합니다.

그토록 그립던 미소 살결 목소리.....아이를 안고 잠들수 있는 지금

더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친정 엄마꼐 말하곤 하죠.

"삼십년을 제자식이라 키운 오빠들에게 끌려 정신병원까지 갔을때 엄

마는 죽고 아이가던날 그 바닷가에서 나도 죽은 거라고 ...여자로써

우린 죽었다고."..우린 그래서 다시사는 인생이 욕심따윈 접어버린인

생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우리에게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우

린 이미 알아 버렸으니까요. 집착때문에 스스로 불행했던 시간들도 이

미 아름 다운 추억입니다.

오랜만에 군것질꺼리 하나만 새로워도 충분히 행복한걸요.

.....

병원있을때 침대를 끓고 검사실을 오가다 사람들과 마주치면,

사람들의 생각없는 동정 한마디에 상처 받곤 했습니다.

대놓고 혀를 차며 '쯧쯧어린게 무슨 죄가 많아서.'하는 젊은 여자까지

....

이번 명절에 시댁에 가서 시누가 그러더군요.

자기아는집 시어머니가 죄받아서 암에 걸렸다고...

같은 병으로 살붙이 셋을 잃었지만 그중 누구도 죄받을 만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냥 누구나 왔다가는 인생 가는 방법과 과정이 그것 이었겠죠.

.....

그냥 부탁드리고 싶어요.

어쩌다 아픈 아이랑 마주치면 과장되지 않은 따뜻한 미소로

눈인사 해주시고 집에와 기도 한번 이면 충분합니다.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배려없는 말한마디가 더 큰 상처가 된다는것..

.....

앞으로도 몇년은 돌아온 아이에게 저당 잡혔습니다.

집에서 컴퓨터나 하는 정도가 제몫이지요.

아이가 엄마를 조금 덜 필요로 하게 되면 아직도 상처속에 있을

사람들에게 어루만져주는 손이 되주고 싶습니다.

.....

답글들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치 못했던 소득이군요.

올해는 좀더 아름다운세상을 볼수 있을것 같은 예감입니다.

늘 행복하시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