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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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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28) *살다 보면.....*


BY 쟈스민 2001-09-25

살다 보면 문득 나를 제3자의 눈으로
관찰하듯 바라볼 때가 있다.
머리속 용량의 한3분의2 쯤은 늘 생각으로 차 있고.....
말은 하루에 몇마디 하질 않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겐 늘 잔소리꾼 노릇을
면치 못하는 나는
오늘도
다른사람이 말할 새 없이 떠들어대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

세상에는 참 잘난 사람도 많고, 어눌한 사람도 많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그 잘난 사람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어눌한 사람에게로 점점 더 정이 끌리고 있으니
나 또한 그 범주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살다 보면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저마다 나름대로는
소설한권씩 엮어낼 만큼의 이야기를 갖고 사는 듯하다.

아무런 말이 없이 늘 그자리에 있는
사람을 종종 바보처럼 보는 사람들.... 사람들....
세상은 온통 잘난 사람 범벅이다.

누군가에게 많은 말을 늘어놓아야 하는 일은
자신에게 그 만큼 변명의 여지가 많이 담겨져 있다는 건
아닌가 한번쯤은 되새겨볼 일인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자신을 보는 시간엔 무슨말이라도 해 주고 싶어진다.
쌓아두지 말라고..... 모두 잊어버리라고.....
말처럼 세상사는 일이 쉽지 않음으로 혼자 배회하는 시간은
늘어만 가고 문제의 제시도 스스로 하고 해답도 스스로 내려야
하는 본의 아니게 잘난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거다.

비워두고 살자고 ...
늘 여백의 미를 자신에게 말하고 있지만
어느새 내 안에 쌓이고, 스며들고 마는 것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쌓여져 가는 마음의 먼지들을
이런 가을날에 만큼은 홀연히 이는 바람에
털어내고 싶다.

내가 나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살고 있진 않았는가....
거울에게 나를 꿰뚫어 비추어주길 바라고 있다.

살다 보면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네들이 나의 마음에 들어야할 이유가 없음에도
종종 그리 생각되고 있는 나를 주체하지 못한다.

내 눈에 비친 다른 이들의 모순 속에서
나는 내게 숨겨진 부족함을 읽어내고 싶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간이 늘고 있다.

흐린 하늘의 오후는
사람의 마음을 다분히 가라앉게 한다.

꼭 짜면 푸르른 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만 같은
하늘에게 내 마음을 들키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이런 시간엔.....

알싸한 푸른 물이 금방이라도 스며들듯
스폰지 같은 가슴으로 누군가의 이야기에
언제든 가슴을 열고 싶은데도
수없이 쏟아져 내리는 말.....
그 말들이 나에게 아픔을 남길 때도 있는 걸 보면
잘 들어주는 일의 어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긴 하고 싶은 말을 참아 가며
애써 들어주기만 한다는 일이 쉬운일은 아니겠지.....

친구를 만나서
한 그릇의 밥을 먹고
헤즐넛 커피향에 나의 마음을 풀어 놓아 본다.
조용한 미소로 들어주고,
아픈 건 모두 잊으라고 .... 나즈막한 몇마디 말이
내겐 위로로 다가선다.

살다 보면 .....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던가
좋은 생각만 하고 살려 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쪽으로 흐르고 있을 때가
분명 있는 걸 테지.....

오늘 나는
저 회색빛 하늘 처럼
흐린 오후를 맞아들인다.

아무도 모르는 상처를 스스로에게 입히고 마는
어리석은 나는 늘 그렇게 살아가지
조금은 모자란 듯 조금은 어눌하게.....
어디 한구석 나사가 좀 풀린 듯 하게
살고 싶은 게지 .....

밤톨같이 여무는 아이들이 거기에 있고.....
자칭 마이더스의 손으로 그는 건재하기만 한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는
어울리지 않는 여린 면을 감추어둔 여자는
또 여기에 이렇게 있다.


바람은 계절에 이는 바람만이 아닌 것일까?
사람에게 일고 있는 바람은 어떤 의미일까?

이런 계절엔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에
때때로 낯설음을 느끼며
우아(?)하게 늙어가고 싶어진다.

살다보면
발길에 채이는 돌부리에 넘어져
생채기를 내기도 하며
낯선 바람을 맞기도 하는 게지 .....
그런 날도 있는 게지 ......

그 바람을
약간의 흔들림이 있더라도
잘 맞아들일 줄 아는 내가 되어야 할지도 몰라
많이도 서성이겠지만
아직도 더 자라야할 부분이 있다면
그리해야 할 것 같다.

살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