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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추기


BY 새봄 2003-07-01

비가 흠뻑 내린다.
이런날은 화초에 비를 맞추면 빌빌거리던 식물이 살아난다.

매장밖에 농산물을 진열해 놓고 팔 진열대에다 농산물은 진열하지 않고
그 위엔 여러가지 화분이 놓여 있다.
난 꽃 장사는 아니고 싶다.
꽃을 좋아하지 그걸 장사와 연결하기는 싫었으니까.

올 봄에 매장에 꽃이 활짝핀 화분을 사다가 놨더니 손님들이
''꽃도 팔아요?"하고 물어보시더니 "꽃도 갖다 놓은세요."하셨다.
그래서 어쩌다보니 유기농 아줌마가 아니 꽃집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맨처음엔 한 두가지 였다가 지금은 열가지도 넘는 꽃들이 살고 있다.

이들을 비가 흠뻑 내리는 날은 비 맞추기를 한다.

오늘도 매장에 나오자 마자 화분들을 즐비하게 비앞에 나란히 세웠다.

이제는 꽃이 지고 씨를 맺고 있는 보라색 꽃이 피던 도라지.
아침엔 세날개를 펴고 밤이면 날개를 접고 잠을 자는 사랑초.
보실보실한 꽃이 피어 있는 연분홍색 노루오줌꽃.
가을하늘과 닮은 가을 여인 쑥부쟁이.
키만 길죽하게 크고 있는 어렵게 구한 꽈리.
물에 사는 부레옥잠과 그 위에 동동 떠다니는 개구리 밥.
내가 삐졌을 때,
네군데나 다니면서 골랐다면서 수줍게 내 밀던 나비처럼 꽃이 핀 쿠피라.
연산홍,물봉선화.페페,카랑코에,
그리고 꽃을 피워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야생 도라지.

아는 사람이 쓰던 투박한 나무 의자를 이 꽃들과 함께 밖에 놓았더니
차 한잔 마시고 싶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점심 식사후나 간식 먹을 때 의자에 앉아 있으면
잦은 여유와 돈 안드는 분위기가 저절로 생긴다.

특히,이런날 나란히 내 놓은 화분들에게 풍요하게 비를 맞추면
집 넓고 현찰 많은 부자가 부럽지 않다.
비는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에게든 골고루 나주어 준다.
꽃들은 외로운 사람에게든 복잡한 사람에게든 편해없이 꽃을 피워준다.
계절은 나처럼 부족한 여자에게나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나
거짓없이 사계절을 보여주고 말을 건낸다.

그래서 난 자연을 짝사랑한다.
사랑은 다른 사람에 관한 것이고 욕정은 나 자신에게 관한 것이라 했지만
자연은 나와 다른 사람들 모두에 관한 것이다.
그러므로 난 늙을 때까지 늙어서도 자연과 사랑을 나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