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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BY namu 2003-07-01

중학생들이 기말고사를 시작했다.

이거야원 중간고사 끝나고 수행평가하다보면 벌써 코앞에 기말고사가 다가와 있다.

남들 다 다니는 학원도 싫다하고 나더러 계획표만 짜 달라며 보채더니만 계획표데로 않는다고 야단맞으면서도 역시 그래도 학원에 갈 생각은 않는 녀석이다.

같이 학습과정을  짚어가고 나날이 다른 진도표를 확인하는 나 이고 보면 녀석이 시험볼때 쯤이면 시험을 어떻게 보았을지 가슴이 떨리기 까지 한다.

시험 끝나고 올때 쯤이면 애써 무심하려하고

''''오늘은 절대로 먼저 성적을 묻지 않아야지''''하고 웃기는 다짐도 해 보지만

아이가 들어 올때 얼굴을 보면 오늘 시험의 결론이 물을것도 없이 보인다.

어떨땐 훌훌털어내고 싶은데 아직은 떨려나가기 싫다하니 어쩔수도 없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로 녀석이 독립선언이라도 한다면 서운할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아주 우울한 얼굴로 12시가 되어서 들어왔다.

어제도 시험못봤다고 약간 어두운 얼굴이더니만 오늘은 흡사 울음보가 금방이라도 터질것같은 그야말로 퉁퉁부른 얼굴로 들어온 것이다.

''''휴~~ 오늘도 죽을 쒔나보군''''

쿵 ! 하고 내려 앉는 내 가슴속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무말 없이 문을 열어주곤 부엌으로 가서 무심하게 점심을 차려서 주었다.

속으로는 ''''오늘도 못봤어? 차라리 너죽고 나 살자''''하고 싶은데 알고보면 자식같이 큰 상전도 없는듯 싶다.

 

북북거리며 밥을먹고 거칠게 그릇을 갖다놓고 애써 점잖은 목소리로 아이를 불렀다.

"이리좀 와라"

아이는 말없이 와서 앉는다.

"오늘 무슨일 있었니?"

아이는 고개로 의사 표현을 한다.

오른쪽 왼쪽으로...

허! 이 답답함을 어히할고?

그래도 꾹참고, 아주 부드럽게.

"얘기해봐" 그래도 역시묵묵부답.

나의 장황한 설명이 시작된다.

"너 찜찜한 일이 있으면 내일 시험볼것 공부못해. 그러니까 이야기해서 털어내고 풀어버리고 다시 내일 시험 준비해야지. 지금 그런 복잡한 마음으로는 공부가 안될거 아니니?"

아이의 볼이 자꾸만 부풀어 오르더니 결국엔 ~앙~ 터진다.

나참! 중학교 2학년이 큰소리로 우는 모습이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아이에겐 비밀)

시험을 못보아서 평균90점도 안될거라는둥, 콧물 눈물 뒤범벅이 되어서 이야기하며 엉엉 우는 것이었다.

성적을 물어 평균을 내보니 90점은 넘고 있었고 여러가지 말로 다독거려주니 헤~하고 웃는다.

나는 떨어지고 있는 성적을 보고도 우는모습에 기가 막혀 한마디도 못했다.

어째 시험본데도 무지하게 놀더니만,

실컷울더니 녀석은 시험공부한다고 소리도 없다.

 

내가 녀석의 작전에 말려든건가?

 

여하튼,

오~ 하느님 부디 내일은 웃는얼굴로 현관문열게 해 주세요!!

나는 밤새 빌고 또 빌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