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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터(20)...철인이 아닌 바에야


BY 동해바다 2003-06-30


일년 삼백예순날중 반이 물러가고 있다.

화사한 꽃소식과 더불어 봄을 알리면서 오픈했던 여성복 코너..
쇼윈도우에 진열된 옷들은 늘씬하고 예쁜 여주인처럼 하늘거리는 짚시풍의 옷들로
일색이었다.

서너평 남짓한 아주 작은 가게..
前 주인이던 아가씨가 몇달을 하더니 결국 적자를 면치 못하고 가게를 어린 아기 둘을
가진 젊은 엄마가 인수받아 오픈하던 것이 3월이었다.

집에서 노느니 심심풀이로 한다는게 목적이었단다.
돈 있는 자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리라..

오늘 아침 청소를 하다 무심코 바라본 그 가게 앞 윈도우에는 원가세일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었다.
웬 ''''원가세일''''

경기가 하락할대로 하락해 창업이래 세일한번 안하던 메이커들도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려
20% 세일에 들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돌고도는 세상...
모두들 주머니 사정도 뻔할텐데 아무리 할인을 한다해도 오지 않는 손님들을 기다리며 늘상
상인들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장사가 시원찮아서 접는다는 것이었다.
당연한걸...
뭐하러 시작했을까 싶다.
주변에서들 그런다..
애나 키우지...이런 경기에 아무리 심심해도..그렇지 무슨 돈을 번다고...

호황을 거듭하는 업종이 있긴 하지만 요즘같은 경쟁시대에..
나도 한번 호황업종에 도전해 돈 벌려고 하는 사람들...
그렇게 맘 먹은대로 쉽게 돈이 들어올 수 있을까...

아마 4개월만에 문을 닫는 앞가게 여주인도 아이들 교육비는 나오겠지 싶어 시작했을터인데...
계속되는 불경기로 결국 돈은 돈대로 까먹고 접는 모양이었다.

어쩔수 없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나 아니면 안될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버티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을 둔 주부라면 조용히 살림하면서 아이들 키우기에
여념이 없을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명하리라고 생각한다.

결혼 19년 째...
17년을 집안에만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지 겨우 1년 반..
지금도 아이들에게 소홀하게 됨에 가끔 자성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철인이 아닌지라 안팎으로 다 잘할수는 없고, 최소한의 엄마로서의 도리는 하리라 맘을 먹긴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래도 불만이 많은가보다..

득이 있으면 실도 있는 법...
모든 것을 감수하고 사람사는 세상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녀 역시 생업을 위한 일이 아니기에 조금은 여유를 갖고 자신의 일과 병행해서 인터넷과의 만남을 자주 접하며, 후회하지 않을 시간을 만들려고 하지만 내안에 나를 충실히 만들고저 발버둥치는 하루하루의 일상들이 가끔씩 그녀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다.

경기만 살아 난다면...
손님들도, 푸른잎도....기분좋게만 들어온다면 원이 없을텐데.....

원가세일이라고 붙어있는 썰렁한 가게는 지금껏 오지않는 주인을 기다리면서 어두운 공간을 지키고 있다.

한 해의 반이 조용히 물러가고 있는 유월의 마지막 날이다..